내년부터 국내 하이일드펀드 稅 혜택 있는데 왜?

상품개발 관심없다는 운용사들
BBB급 채권 30% 이상 담아야
고수익 있어도 고위험 부담 커
정부 '회사채 살리기' 좌초 가능성

“소비자 반응이 싸늘한데 세제 혜택을 주면 뭐합니까?”(A증권사 임원)

정부가 내년 초부터 투기등급 채권이 30% 이상 편입된 하이일드펀드에 분리과세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이 가입할 상품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하이일드펀드 출시를 준비하는 곳이 사실상 전무해서다. STX·웅진·동양사태 이후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살리려던 정부의 계획이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투기등급 채권에만 혜택

정부는 지난 7월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형 하이일드펀드 가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14%의 배당소득세에 대해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게 골자였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분리과세를 신청하면 소득세 누진과세를 피할 수 있다. 조만간 국회에서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증권사 등은 “하이일드펀드를 개발하거나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 투기등급 회사채 펀드가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해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팀장은 “선진국과 국내 투기등급 채권의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실제 위험도에선 많은 차이가 있다”며 “국내 하이일드펀드를 만드는 게 소비자에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KDB대우증권 기업금융2부장은 “요즘 시장에선 A등급 회사채도 소화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고위험 채권 시장은 형성 자체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훈 삼성증권 채권인수팀 부장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라도 동양사태 이후엔 고위험 상품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시장 수요를 자극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했을 뿐 처음부터 극적 효과를 기대한 건 아니다”고 했다. 4일 기준으로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은 총 8354억원에 달하지만 대부분 해외형이어서 세제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

◆“내년 3월께 은행채 투자 매력”

내년엔 국내 하이일드채권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겠지만 은행채와 공사채의 투자 매력은 되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월까지 금리가 오르다 이후 하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2분기에 은행채와 공사채에 투자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KP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수익률이 연 5~8% 선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어서다. 작년 말 143억원 수준이던 KP물 투자잔액은 올 2분기 153억원으로 늘었다. KP물은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거액 자산가들에게 주로 팔린다.

황윤성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자본시장 부문장은 “내년엔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화나 파운드 표시채권과 변동금리형 KP물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다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일드펀드란

신용도가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주로 BBB급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을 편입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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