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탓 흔들리는 로스쿨 제도
미래 성장기반 다지기 위해서라도
인내심 갖고 지속적인 지원해야"

김화진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객원논설위원 hjkim7@snu.ac.kr >

한국이 제도를 수입한 미국의 로스쿨은 3년제 교육과정인데 3년이 불필요하게 길다는 논의가 있었다. 올해 졸업생의 63%가 법학공부는 2년으로 압축해도 좋다고 본다는 조사도 나왔다. 급기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로스쿨 2년제를 검토해 볼 만하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로스쿨 교수 출신이라 해도 학교 운영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학장은 총장이 묻기에 “대통령이 한마디 안 할 수 없어서 한 것뿐”이라고 대답했다며 시큰둥해 했다. 2년제 로스쿨은 재정적으로 운영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으므로 현재진행형인 미국 로스쿨 위기론과 맞물려 법학교육에 관한 논란은 가중됐다.

미국 로스쿨의 위기는 사실 법학교육의 위기라기보다는 경제위기의 부산물이다. 졸업 후 취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입학지원자 수가 10% 넘게 감소했고 지원자 수의 감소는 각종 학업성취능력 지표의 하향화를 발생시켰다. 모두 200개인 로스쿨들은 종래의 학생 수준을 유지하려면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주로 지방의 법률가를 양성해 오던 일부 소형 로스쿨은 재정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가지 비상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입생 수가 절반으로 떨어진 학교도 있고 교수 수가 20% 감소한 학교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제 2회에 걸쳐 졸업생을 배출한 로스쿨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취업은 개별 학교와 학생 개인의 문제라고 쳐도 변호사시험 합격률, 예비시험 도입, 비싼 학비, 전반적인 재정난, 자원의 일부 로스쿨 편중 등이 그것이다. 지방 로스쿨 위기론도 나온다. 정치권과 여론의 분위기도 로스쿨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고 로스쿨 폐지론, 사법시험 존치론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법학교육은 착실히 이뤄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법률가들이 탄생하고 있다.
가끔 왜 그렇게 많은 법률가가 필요하며 로스쿨이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는가 하는 불평을 듣는다. 이에 대한 모범답안은 법률가의 수가 늘어야 국민이 양질의 법률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자격을 소지한 법률가의 수가 늘어나고 이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매사 법률을 따지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면 결국 법치주의가 튼튼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법치주의는 공권력의 남용을 막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탁월한 정치적 리더십이나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만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는 규모와 복잡성을 넘어선 지 오래다. 정교하고 포괄적이며 예측가능한 법률 콘텐츠와 그를 집행하는 사법시스템의 지원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하다. 특히, 국제자본과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법치 수준과 사법시스템을 평가하고 그에 기초해서 투자와 진출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해외여행 중에 소매치기를 당해도 그 나라 경찰이 외국인이라고 외면할 것으로 생각되면 그 나라로 여행할 수 없는 것이다.

로스쿨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진지한 비판 의견은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방관적이거나 냉소적인 태도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일부 학생과 졸업생의 문제가 제도 자체의 결함으로 비약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일 실제로 로스쿨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사법시스템의 위기인 동시에 경제성장 위기에 다름 아니다. 세계 학계에서는 법학교육의 질이 한 나라 경제 효율성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정설이다. 로스쿨이라는 새 제도는 공교롭게도 출범할 때 글로벌 경제위기를 만났다. 우리 경제와 힘겹게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인내를 가지고 지원해 줄 수는 없을까.

김화진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객원논설위원 hjkim7@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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