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짜장면 가격은 210원. 2013년 짜장면 가격은 대략 5000원. 40여년 사이 짜장면 가격은 24배 상승했다. 그렇다면 짜장면 가격이 24배 비싸진 것일까? 사실 짜장면 명목가격은 상승했지만 실질적으로 짜장면이 비싸진 것은 아니고, 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화폐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국민생활에 부담을 주지만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건강한 경제에 ‘필수 약’이다. 일본 경제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 ‘잃어버린 20년’의 바탕에는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이 깔려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이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ion)’ 조짐이 뚜렷하다.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에 돈을 뿌렸음에도 경기 회복은 더디고 물가는 잠잠하다. 돈이 풀리면 물가가 상승하는 전통적 경제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물가수준의 척도 CPI·PPI

현재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상품·서비스는 10년 전 1000원으로 살 수 있었던 그 양보다 적다.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 인플레이션은 상품·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재화 가격이 변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물가지수(price index)의 변동률로 계산되는데 대표적 물가지수로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이 있다.

CPI는 가장 많이 쓰이는 물가지수로 소비재의 평균 물가수준을 말한다. CPI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화·서비스 가운데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생활하는데 필요한 소비품목과 양을 정해 ‘재화묶음’을 선정한다. 그 다음 재화묶음의 가치를 각 기간의 시장가격으로 구한 후 기준기간의 시장가격으로 구한 재화묶음 가치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 바로 CPI다. <표 참조>

PPI는 재화 생산단계에서 생산자들이 부과하는 평균 물가수준이다. CPI와 품목만 다를 뿐 산출방법은 같다. PPI가 상승하면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상승함을 의미하고 이어 최종재화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적정한 인플레는 경제에 '약'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여러 가지 왜곡을 일으킬 수 있어 거시경제학에 있어 중요 경제지표로 여겨진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생계비(cost of living)가 그만큼 상승한다. CPI로 구한 인플레이션이 5%일 때 생계비가 전년도에 비해 5%만큼 증가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여생활자나 연금생활자와 같이 수입이 일정한 사람들에게 인플레로 인한 생계비 증가는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 구매력 감소로 연결된다.

또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거래질서를 파괴시킬 수 있다. 현대의 모든 경제는 화폐경제다. 화폐를 사용하는 거래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화폐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급속히 하락하면 경제가 불안정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은 경제에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금융과 실물 등 두 경로를 통해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 면에서 물가 하락으로 실질 금리가 상승하면 채무상환 부담 증가→(담보)보유 자산 매각→자산가격 하락→디플레 가속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실물경제에서도 임금과 상품가격 하락→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위축→가계 소득 악화, 기업 채산성 악화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물가변동률은 양(+)의 값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변동률이 하락한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물가변동률이 여전히 양(+)의 값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물가변동률이 음(-)의 값을 가지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르다. 알레르토 카발로 MIT 교수는 “디스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다. 아직은 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며 “2008, 2009년 위기 직후에는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디스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징후라기보다는 과거 우려했던 중앙은행의 팽창적 금융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결과”라며 “인플레이션율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여타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금융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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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출구전략의 변수는 '물가'…美 CPI 상승률 2년내 최저

세계 각국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불어난 자금이 생산활동보다는 주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맴돌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인 1.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지난 1분기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1.7%로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가 집계한 신흥국 포함, 주요 30개국 1분기 평균 물가 상승률 역시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2.4%에 불과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물가가 6개월째 1%대 상승에 그쳐 한국은행 물가 목표(2.5~3.5%)에 한참 못 미친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주요국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설비투자와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달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 개시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미 중앙은행(Fed)의 고민거리 역시 디스인플레이션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연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 그동안 Fed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해야 매달 85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해왔다.

지난달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식품 및 에너지 제외)는 전달 대비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2% 올랐지만 목표치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Fed 관계자들은 그동안 점진적 물가상승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목표치에 도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자 디스인플레이션, 심지어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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