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멸망 이후 초나라의 항우는 개인적인 역량과 집안 배경, 군사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그의 라이벌인 유방보다 앞섰지만 결국 천하를 재패하지 못했다.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는 범증의 말을 듣지 않고 기회를 놓쳤다가 끝내 패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반면 유방은 장량의 계책에 따라 항우와 범증을 갈라놓았고 전쟁에서 승리한 후 한나라를 세웠다.

이처럼 유방이 항우보다 뛰어났던 점은 바로 참모 영입과 그 활용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가 천하의 왕을 뒤바꾸어 놓는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그만큼 참모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한국사를 말할 때 흔히 우리는 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그의 성공 사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왕 스스로 왕위에 오른 경우도 드물 뿐만 아니라 참모 없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친 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왕은 탄생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것.

시대와 인물을 읽어내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저술에 힘쓰고 있는 역사학자 이덕일이 최근 그의 저서 <왕과 나>를 통해 권력의 2인자, 왕을 만든 사람들을 재조명했다.

가야계 출신으로 신라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비주류 김유신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몰락한 왕족 출신 김춘추를 왕으로 만드는 길을 택하면서 통일신라의 기틀을 마련했던 이야기부터 군주를 보좌해 왕위에 올렸지만 결국 욕심이 지나쳐 왕의 ‘역린’을 건드린 홍국영의 사례까지 킹메이커와 참모들의 성공스토리 뿐만 아니라 실패사례까지 총 11가지 코드를 담아냈다.

또한 킹메이커들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이끈 핵심 코드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으며 한 시대의 권력은 단지 군주의 선택과 결정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저자 특유의 이야기처럼 읽히는 문체와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서술한 시대상황은 각 인물의 삶을 좀 더 입체감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군주사가 아닌 참모사 중심의 시선으로 한국사 전반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모는 오직 자신의 신념과 능력으로 스스로 운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인물이다. 이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현대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한 조직의 리더가 소속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기 힘든 냉혹한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조직 내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왕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상을 읽는 지혜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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