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역사
한스 큉 지음 / 배국원 옮김 / 을유문화사 / 291쪽 / 1만3000원

유럽의 교회는 일요일에도 썰렁하다. 신도로 등록해놓고 정작 교회에 나오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에는 뿌리 깊은 교회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신학자이자 신부인 한스 큉은《가톨릭의 역사》에서 오늘날 가톨릭 신앙이 처한 위기의 배경과 대안을 제시한다. 일반 대중을 위해 쓴 이 책은 현재의 가톨릭교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주요 사건, 제도, 인물 등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비판의 중심은 전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과 그 정점인 교황중심주의로 향한다. 저자는 서론에서 오늘날 가톨릭교회만큼 고위층과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편협한 방법으로 다루는 기관도 드물다고 목청을 높인다. 특히 피임 금지, 여성사제 서품 금지처럼 여성에 대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는 곳도 드물다고 비판한다.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교황은 오류가 없다는 ‘교황무류성’의 후광 아래 마치 하느님의 의지를 대변하는 양 경직된 입장을 취하는 교회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무관심을 넘어 적의를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가톨릭의 자기반성과 변혁의 당위성을 가톨릭의 구체적인 역사 속에서 찾는다. 그에 의하면 예수는 결코 교회를 설립한 적이 없으며 설립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예수는 오직 종말이 임박한 혼돈의 시대 속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신의 왕국을 건설하려 했을 뿐이며 그의 생각을 좇는 이들에 의해 교회가 형성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초기 교회의 직책은 위계적 성격이 아니라 다른 교회와 신도들에 대한 봉사자를 의미했다. 이것이 후대에 관료조직화의 길을 걷게 되면서 봉사자들이 군림자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결국 후대의 봉사자들이 예수의 근본정신을 변질시키는 단초를 제공했고 엄숙하고 딱딱한 의식의 정립, 사제와 신도의 선긋기, 서열화, 계급화로 치닫게 된 것이다. 개신교 운동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는 다 그런 변질의 연장선인 셈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회의론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결론부에서 미래지향적 과제를 제시한다. 그는 2000년 역사의 가톨릭교회가 제3000년기에도 복음의 주체가 되려면 수구적이어서는 안 되며 오늘날의 당면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성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며, 교파 간 정통성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 대신 교회일치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더 이상 배타적 기독교 교리를 내세우는 ‘유럽 중심적 로마 제국주의 교회’가 아니라 모든 이의 주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런 교회 내부의 개혁은 단순한 교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평화와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 갈등의 최대 원인이 종교 간 갈등에서 빚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2월 선출된 프란치스코 새 교황은 교회 내부의 문제점 혁신과 교파 간 화합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쯤 저자 한스 큉의 얼굴에 희망의 미소가 떠오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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