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624쪽 / 2만5000원

불평등의 대가는 실업·저성장…美 중산층 몰락에도 이어져
현재 정치, 시장실패 해결 못해…시스템 개혁으로 해법 찾아야

미국 컬럼비아대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경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자기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온 학자다.《불평등의 대가》는 그가 경제학계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형평성과 효율성에 관한 논쟁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두 개념이 상호 충돌하지 않고 보완적이라고 지적한다. 형평성을 보완하는 것이 효율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만약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경제 전체의 성과가 개선될 뿐 아니라 상위 1%의 부(富)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불평등에 대한 그의 분석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효율적이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둘째, 그간의 정치 시스템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지 않았고,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다. 셋째, 불평등은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그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얼핏 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과한 것 같지 않다. 저자는 성장을 중시하고 지향하는 주류경제학자다. 불평등에 대해서도 윤리나 정의의 관점에서 시정을 주장하지 않는다.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 불평등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평등의 대가는 저성장과 실업이다. 효율적이지 않은 경제다. 미국의 경우 극심한 불평등은 최상층에만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중산층은 침몰하고 있다. 미국 남성 노동자의 최근 중위소득(전체소득을 순위로 매길 때 가운데 소득)은 1968년의 그것보다 낮다. 불평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대가뿐 아니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대가도 치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공동체 등 기본적 가치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당면한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불평등 완화를 통한 수요의 창출이 시급하다. 이것은 단지 시장에만 맡길 수 없고, 정부가 재정을 통한 수요창출에 나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시장이 자기정화 기능을 갖지 못하고 불완전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미 경제학계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통용돼왔던 생각이다. 그는 시장의 불완전성 중에서도 특히 정보의 불완전성과 비합리성에 주목해 대안적인 모델을 찾는 연구에 집중해왔고 그에 대한 공로로 2001년 겨울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학계 내부에서는 이미 1960년대 이후 시장의 불완전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는데도 1980년대 초반 이후 현실세계의 담론은 시장만능론이 장악했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 굉장히 많은 사례와 통계, 이론과 경험적 증거가 집대성돼 있다. 미국 내 불평등이 심화돼 있고 ‘기회의 땅’이라는 믿음과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계층이 고착화돼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소득이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 중 58%만이 그 범주에서 탈출할 수 있고 상위 20%에 진출할 수 있는 확률은 8%에 불과하다는 통계 등 수많은 소중한 디테일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중산층 비중이 가장 높은 덴마크는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이 그대로 20%에 머물게 될 확률은 25%에 불과하고 상위 20% 계층에 진출할 가능성이 14%에 달한다는 내용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정보의 불완전성에 대한 연구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지만 저자의 학문적 관심의 출발점은 바로 이 책의 소재인 불평등이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후 석사학위부터 불평등을 주제로 연구했고 MIT에서의 박사논문도 ‘불평등, 불평등의 진화, 불평등이 성장 등의 거시경제 요인에 미치는 영향’이다.

2003년 2월 한국을 방문한 스티글리츠 교수를 남산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안식년으로 한국에 와 있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함께한 자리였는데, 저자의 웃음과 얼굴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에도 IMF 주도의 과도한 통화 및 긴축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던 그는 한국을 많이 좋아하는 경제학자다.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입장에서 무엇이 올바른지 말하는 지식인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경제와 정치가 불평등한지는 몰라도 미국 사회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펼친 시각은 균형이다. 과도한 불평등은 결국 효율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실업이야말로 불평등을 양산하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을 극복하고 완화함으로써 더욱 성장하고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경제를 만들 수 있고, 이 점에서 형평성과 효율성은 상호보완적이며 함께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자는 설파하고 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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