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를 둘러싼 논란이 박근혜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일 박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산업적으로 치명적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진 장관은 특히 “의료기기야말로 창조경제”라며 “의회를 잘 설득해 반드시 규제를 없애고 우리의 블루오션인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ICT를 활용한 원격 건강관리, 원격 환자 모니터링 등 유(U)헬스케어 산업 전반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에서는 관련주가 들썩이기도 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개원의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수 있는 데다 의료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격진료 논란은 노무현·이명박정부 때인 17, 18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에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논란만 남긴 채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국정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정부에서도 산업 간 융·복합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산간벽지나 도서지역 주민, 장애인, 병원 이용이 어려운 군인·경찰 등 의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원격진료 허용을 놓고 김석화 한국유헬스협회 부회장(서울대 의대 교수)과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찬반토론을 벌였다.

주용석/이준혁 기자 hohoboy@hankyung.com

찬성 '유헬스'는 미래 핵심산업…환자들의 비용·시간 아껴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 국정 핵심 비전인 창조경제에 대해 ‘창의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과 고도화를 위한 수단으로 ‘융·복합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원격진료, 원격 건강관리 등을 의미하는 유헬스는 창조경제가 추구하는 부가가치 창출과 국민 복지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다. ICT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안전하고 자유롭게 건강관리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유헬스는 국민들에게 편리하다. 지금은 진료를 받고 싶으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 ICT 서비스를 통해 병원에 가지 않고 담당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환자는 지금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헬스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의 정책 방향에 대한 합의가 미흡하다.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과 정책 보완, 사회적 인식의 전환, 정부와 기업의 산업적 투자 등 다양한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 유헬스 산업이 지지부진한 배경은 병·의원이 곳곳에 분포해 있는 환경적 측면, 정비되지 않은 법과 제도 등이 가장 우선적으로 꼽히지만 이 외에도 곳곳에 난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유헬스가 기존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보완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에 의료 제공 확대 미국·캐나다 등서만 시행…만성질환 지속 관리 가능

유헬스는 질병 치료보다 예방 차원의 서비스로 고혈압이나 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지속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원격진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든 치료를 원격으로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산간벽지나 도서지역 주민, 장애인, 군인, 경찰 등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제한적으로 원격진료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지역에는 의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자는 취지인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기우다. 대형병원에서 하는 진료는 좋은 진료고, 동네병원에서 하는 진료는 나쁜 진료라는 것은 이분법에 근거한 도식적 구분이다.

현행법은 종합병원과 동네병원의 진료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동네병원은 만성질환, 대형병원은 급성질환을 주로 치료한다. 또 대형병원은 진료비가 비싼 반면 동네병원은 싸다.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굳이 대형병원만 찾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서울대병원도 진료협력센터를 두고 동네병원과 업무 분담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원격진료 등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원격진료를 하게 되면 의약품 배송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데 이 또한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은 의약품을 배송하는 전문회사가 따로 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이미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유헬스를 꼽으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또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제공 확대와 국민 건강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형 의료 서비스로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와 의료비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 증가,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 한계 등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유헬스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유헬스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응급·공공의료 전반에 유헬스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은 IT 기기를 이용해 고령자 등의 의료 사고를 처리하거나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AAL(Ambient Assisted Liv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2015년까지 IT 기반의 개인 맞춤형 의료체계 전환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허니웰은 미국 전역의 3500개 파트너를 통해 50여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홈메드(Homemed)라는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프워치라는 회사도 고령자 대상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다수의 민간 보험사와 연계해 미 전역에 약 3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심장질환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3만9000여명 고용창출…의료비 3조원 절감 효과

국내에서도 SK텔레콤 KT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인성정보, 비트컴퓨터, 바이오스페이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가 유헬스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산업조사 전문기관인 임팩트에 따르면 국내 유헬스 관련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3조원 정도로 총 3만9000여명의 고용과 약 3조5000억원의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정부는 의료법 개정과 건강관리 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사회적인 공감대와 유헬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제도화하지 못했고 현재도 그런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 보건의료 분야의 의사 간 원격진료나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우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을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 대형병원으로만 환자 몰려…동네 '1차 의료기관' 무너져

최근 원격진료 도입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는 원격의료 등 창조형 서비스 산업을 유망서비스 산업으로 집중 육성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몇년 전부터 정부는 원격의료만 허용되면 모든 국가 의료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장밋빛 비전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에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원격의료는 그 정의가 모호한 표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간 컨설팅 개념의 원격의료만 허용돼있다.

만일 정부가 환자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진료하는 소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를 생각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첫째 원격진료는 우리나라 의료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원격진료는 전쟁터에서 의사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미국이나 캐나다 등 전체 국가면적 대비 의사밀도가 낮은 나라들이나 핀란드 등 섬이 많은 나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결국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사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 언제든지 의사 얼굴을 볼 수 있는 나라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제도인 것이다.


국가면적 대비 의사 적은 미국·캐나다 등서만 시행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권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1차 의료기관, 즉 의원에 의해 지켜져 왔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기대치 상승과 ‘큰 것이 좋다’는 문화적 영향으로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의료비는 대폭 상승했고 동네의원을 주축으로 한 1차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그런데 원격진료가 시행된다면 지방 환자들은 너도나도 수도권의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받기를 원할 것이고 이로 인해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1차 의료의 몰락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적지 않은 동네의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인 동네의원들이 경영이 안돼 폐업을 하게 된다면 지방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의 의료기관을 찾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국민의 의료 접근성 강화란 명분으로 시작한 원격진료로 인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 악화라는 역설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원격진료에는 필수적으로 조제 의약품의 배송이 뒤따르게 된다. 원격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받은 환자는 의약품을 조제해야 하는데, 원격지에서 처방을 받은 약이 주변에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조제 의약품의 배송 서비스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환자가 멀리 떨어진 약국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는 택배 등 물류시스템을 통해 의약품을 받게 될 것이다. 의약품 택배 배송 허용은 필연적으로 동네약국의 몰락을 가속화하게 된다. 원격진료는 단순히 원격지 환자의 편의를 높이는 개념이 아닌 의료체계 전반, 즉 의사와 약사 등 모든 의료주체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기존 시스템을 통째로 무너뜨리게 된다.

원격진료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국내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활용해 외국인 환자의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고 후속관리를 원격진료를 통해 담당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일부 국내 유명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진료에 유리한 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외국의 유명 병원이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원격진료의 필수 조치인 의약품 택배 배송도 허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상당수 국민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병원의 원격진료를 활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약품 배송도 허용되면 동네 약국까지 몰락 우려


관련 법과 제도의 제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도 원격진료의 현실화가 그리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의료행위는 진단과 투약, 혹은 처치의 형태로 이뤄진다. 그런데 원격진료로 인한 의료사고의 경우 책임 소재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원격진료를 통해 진단과 투약이 이뤄진 후 진단이 잘못되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예를 들어 간이 나빠 황달이 생긴 환자의 황달을 화질이 나빠 의사가 놓쳤다면 그 책임은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감수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나쁜 화질의 화면을 전달한 업체에 책임을 전가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관련 법규 마련도 아직까지는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혹자들은 원격진료가 허용돼야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건강에 대한 진단적 가치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원격진료 산업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만 원격진료를 통해 의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화상과 음성 외에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혈당, 호흡수, 심전도 등 수치화되고 계량화될 수 있는 정도다. 진단적 가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의사의 경험, 각종 병리검사 등 계량화될 수 없는 많은 행위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이렇게 보면 원격진료로 처치할 수 있는 질환도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원격진료는 아직까지는 환상일 뿐이다.

■ 읽을만한 자료

▷ 김남영, 차세대 U헬스케어산업의 시장분석 및 개발 동향(2013)
▷ 임팩트 편집부, 스마트케어 U헬스케어서비스 실태와 참여업체 동향(2013)
▷ 조성호, U헬스 및 의료정보시스템 시장 동향과 기술개발 전략(2011)
▷ 윤영한, 원격의료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2011)
▷ 구제영 외, 원격진료 시스템을 위한 모바일 통합 시스템 설계(2005)
▷ 고은지, 원격진료 시대가 열린다(2003)
▷ 엄아미, 실버세대를 위한 원격진료 디자인 연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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