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시절 함께했던 서현, 성적 늘 상위권"
"카이스트 들어가서 놀랐던 건, 다들 잘 놀더라"

적지않은 봄비가 내렸던 지난 9일 저녁 부산 KBS홀, 앳된 얼굴의 한 여대생이 비슷한 또래의 대학생 청중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섰다.

'열공 노하우'라는 주제를 가지고 단상에 오른 그녀의 첫 마디는 "안녕하세요, 카이스트 10학번 장하진(23)이라고 합니다".

장양은 삼성그룹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 '열정樂서' 시즌 4 여덟번 째 행사에 강사로 나섰다.

한국의 MIT라 불리는 카이스트 학생이 '공부'에 대해 말한다니 고개가 끄덕여 질 법 하다. 하지만 장양이 가진 또 하나의 이력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3년부터 4년여간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며 연예인의 꿈을 키웠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했으니 공부와는 담 쌓았겠지'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이날 장양이 들려준 '공부'에 대한 가치관은 확실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공부로 '춤'을 꼽았다. 남들이 그렇듯 춤은 음악에 몸을 맡기는 정도지 공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SM 연습생 시절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고.

"연습생이 되고 나니 춤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힙합, 팝핀 등 춤마다 배경과 의미가 달라서 그걸 알아야만 더 잘 표현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동작은 부족끼리 싸울 때 위협하는 느낌으로 춰야 한다, 이런게 있어요"

친구들은 학원을 가는 대신, 연습실로 가는 장양을 부러워했다. '우리는 학원가서 또 공부 해야 하지만, 너는 춤추고 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매일 코피가 나도록 고된 트레이닝을 받고 새로운 시각에서 춤을 접하면서 더 이상 놀이가 아닌 공부가 됐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장양이 춤 다음으로 진지하게 다가갔던 공부는 '학교 공부'다. 연예인을 꿈꾸면서도 학교 공부를 게을리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연습실과 학교를 오가며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렸다.

문제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연습생 이니 공부엔 소홀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연예인 할 건데 학교는 뭐하러 다니냐'는 질문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제가 보는 연습생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공부 잘하는 연예인도 많았어요. 같이 연습했던 서현(소녀시대 멤버)도 항상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책도 많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연예인은 꼴통이라는 편견에 늘 노출돼 있어 답답했죠"

2006년, 장양은 연습생 활동을 접고 평범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공부만 하는 친구들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성적을 참을 수 없었다. 2010년 그녀는 국내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카이스트에 들어가서 '공부'에 대한 두 번째 편견을 접하게 됐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얼굴이 별로(?)고 잘 놀지도 못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여지없이 깨져 버렸어요"

카이스트 학생은 두꺼운 안경을 끼고 손에는 책을 든 채 공식을 외우고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공부만 잘하는 게아니라 인간관계도 충실하고, 취미활동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는 대학 생활을 통해 공부에 있어 '편식'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수학, 과학은 좋아했지만 책 읽는것은 너무도 싫어하다 보니 언어능력은 점점 떨어져갔다. 하지만 카이스트에 들어와 전공인 전자공학 뿐 아니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폭넓은 분야에 대해 알아가면서 '지식도 음식처럼 한 가지에 편중하면 사람에게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장양은 자신의 공부 필살기 3가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단 선생님의 말을 무조건 받아적는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 정리한다. 노트에 나온 내용을 암기한 뒤 마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식으로 말하는 게 마지막 방법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손우진 삼성생명(87,700 -0.34%) 과장,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김주환 연세대 교수가 나와 효율적인 공부 방법과 인생 선배로서의 경험담 등을 들려줬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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