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변종 AI 대유행 우려
위기 대응할 컨트롤타워 세우고 백신硏 설립 등 R&D투자 필요

설대우 < 중앙대 교수·세포분자병리학 seold@cau.ac.kr >

최근 중국에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7N9형)가 발생해 82명이 감염되고, 이 중 17명이 사망하면서 세계가 AI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 동남부 상하이 부근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AI가 수도 베이징이 있는 북부지역으로 확산 추세를 보이면서 중국 보건당국은 초비상 상태다. 특히 조류에는 병원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에게만 고병원성을 보이는 특징으로 인해 조류를 통한 감염 확산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중국 가금(家禽) 업계는 발병 1주일 만에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경제 곳곳에 미치는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AI의 전형이라고 하면 2003년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사망자를 낸 ‘H5N1형’이다. 아직까지 사람 간 전염성은 없지만 사람과 조류 모두에게 고병원성인 이 AI는 사람 치사율이 60%에 달한다. 때문에 추가적인 변이가 더 발생해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해지면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한, 극도의 주의가 요망되는 대유행 후보다. 이 AI가 2005~2007년 3년간 기승을 부리다가 한동안 잠잠하더니 중국에서 신종 AI가 나타나자 다시 동남아 일대에서 사망 사례가 나오고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즉 ‘사스(SARS)’는 2002년 12월에 발병해 대유행 선언 직전인 이듬해 7월까지 8300여명의 감염자 중 약 10%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중동지역에서 사스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이 감염자를 사망케 하자 세계를 다시 공포로 몰아넣었다. 홍콩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 변종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는 기존 사스 바이러스보다 거의 100배 정도 빨라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2009~2010년의 소위 신종 플루는 H1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발병 초기에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알려졌으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류인 오리, 돼지 그리고 사람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혼합돼 만들어진 신종 바이러스였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자체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뿐 아니라 이렇게 몇 종류의 바이러스가 혼합돼 새로운 병원성을 띤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현재 확산일로에 있는 신종 AI나 기존의 H5N1형 AI 모두 추가적인 약간의 변형만으로도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해지면 대유행은 시간문제다.

사스건 AI건 일단 대유행이 시작되면 인명피해는 물론 경제에도 상당한 손실이 따른다.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자면 대유행 전에 대비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견고한 상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상시 대응체계의 첫 순서는 컨트롤 타워의 확립이다. 대유행 전이든 대유행 상황이든 컨트롤 타워가 중심이 돼야 위기 대응을 위한 상시 대비태세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다. 부처 간 역할분담과 협업 역시 컨트롤 타워가 중심이 돼야 조율이 쉽고 효율적이다.

둘째는 백신연구원 설립이다. 우리는 지난 2003년 사스 유행 때 추후 대유행 위기대응 일환으로 전남 화순에 백신생산시설을 설립한 바 있다. 이 시설 덕분에 2009년 신종플루 백신이 생산돼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후 추가적인 위기대응 차원에서 경북 안동에 다시 백신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이제는 국가적 차원의 백신연구를 주도할 백신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대유행 후보에 대한 상시 연구를 통해 이들의 변형추이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백신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대유행 시 백신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유행 상황이 되면 위기관리가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다가도 대유행이 끝나면 그 때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발전은 없고 언제나 위기 때에는 뒷북이다. 대유행을 사전에 막자면 대유행 전에 연구부문과 백신개발 등에 착실한 재정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새 정부는 국민안전이 국정운영의 한 중심축이라고 했다. 상시 대응체계만이 국민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설대우 < 중앙대 교수·세포분자병리학 seold@cau.ac.kr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