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요즘 'H7N9'형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걸려 숨지는 희생자가 잇따르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적 물적 교류도 활발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평온함마저 묻어난다.

국내외 보건당국의 침착한(?) 대응도 눈길을 끈다.

일차적으로는 그간 몇 차례에 걸쳐 `실전' 방역훈련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덕에 중국발 신종 전염성 질환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보건당국은 꽤 짜임새 있는 유행성 전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다.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로 부터 시작해 조류 인플루엔자(H5NI),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등을 겪으면서 체계적인 감염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췄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유행성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면 중앙방역대책반을 꾸린다.

이를 토대로 유행성 전염병이 국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국내 의심환자를 조기 발견해 진단하고, 격리 치료할 수 있는 방역 인프라도 튼튼한 편이다 .
이런 자신감에서일까.

보건당국은 신종 AI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기존 AI 바이러스 상시 감시체계를 통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종 AI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면서 "괜히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국내 보건당국뿐 아니다.

세계인의 보건을 책임지는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신종 AI가 발생해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도 WHO는 사태를 애써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는 양상이다.

WHO는 지난 3일(현지시각) 그레고리 하틀 대변인을 통해 신종 H7N9형 AI가 "사람과 사람 간에 감염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나 위험은 낮다"고 신종 AI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했다.
WHO는 4일과 8일에도 신종 AI가 사람 간에 전염될 징후는 물론이거니와 사람 간에 전염된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WHO의 이런 태도는 예전과는 180도 반대여서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다소 뜻밖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WHO는 전염성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우려가 있다며 경고음을 울리기 바빴다.

기존의 `H5NI'형 조류 인플루엔자는 물론이고, 신종플루가 터졌을 때 WHO는 위기단계를 계속 끌어올렸다.

그리고 위험수위가 올라갈 때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 등에 치료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 덕분에 로슈는 돈방석에 앉았다.

로슈를 소유한 스위스의 호프만-외리 가문은 2010년 12월 현재 130억~140억 스위스프랑의 재산을 보유해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갑부에 올랐다.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결과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나 신종 플루 등 근래 유행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그 다지 큰 인명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그런데도 전 세계는 WHO의 경고에 따라 널뛰기를 해야했다.

당연히 WHO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특히 신종플루 사태 때 WHO가 위험경고를 남발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터져나왔다.

게다가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WHO 신종플루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한 3명의 과학자가 로슈 등으로 부터 강의료와 자문료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는 폭로가 터지면서 신종플루 음모론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궁지에 몰린 WHO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존재가 확인된 지 1년 3개월 만인 2010년 7월 외부 독립기구의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

WHO는 신종플루 대유행 선언 과정, 제약업계와 WHO 비상위원회 소속 과학자들의 결탁설 등을 조사받는 수모를 겪었다.

WHO가 예전과 달리 중국발 신종 AI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이런 뼈아픈 경험 때문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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