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무더위 속 페인트칠…배 만들어 다섯 가정에 전달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시에서 10㎞ 정도 떨어진 충크니어 마을의 한 공터. 지난 20일 오후 3시 한국의 청소년 26명이 가로 1.2m 세로 5.5m 크기 작은 나무배의 도색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꺼칠꺼칠한 나무 표면을 사포로 삭삭 문지른 뒤 푸른색 페인트로 여러 번 덧칠했다.



이들은 하나투어와 굿네이버스가 공동 주관하는 ‘지구별 여행학교’에 참가한 중·고등학생. 저개발국가의 빈민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봉사단원은 모두 부모가 사망했거나 집을 나가 어려서부터 보육원에서 자라온 학생들이다. 하나투어 이상진 팀장은 “받는 것에 익숙하고,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결손가정 학생들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우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38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500㎖ 생수 30병이 두 시간 만에 동났다. 이날 봉사단원들은 직접 페인트칠을 한 나무배 다섯 척을 충크니어 마을의 다섯 가정에 전달했다. 배를 기증받은 주민 스로이 씨(43)가 “코레아, 어쿤 치란(한국, 정말 고맙습니다)!”이라며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자 고교 3학년 임모양(19)은 “크게 한 것도 없는데…. 잘 활용하세요”라며 머쓱해했다.



아시아 최대 담수호인 톤레사프 호수 변의 충크니어 마을은 최빈국 캄보디아(1인당 연간 국민소득 900달러 수준)에서도 극빈지역에 속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폭 2m 남짓한 흙길 양 옆으로 물속에 4m짜리 기둥을 박고, 야자와 대나무 잎을 엮어 만든 수상가옥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800여가구 6000명의 주민들이 작게는 3.3㎡도 안 되는 수상가옥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하면서 호수에서 잡은 메기, 붕어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월 소득 수준은 1만2000~2만리엘(약 3만3000~5만5000원). 배는 이 마을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계수단이지만 구입하거나 빌리는 비용이 비싸 주민에겐 버겁다. 충크니어 마을 대표 알만 씨(64)는 “주민의 80%가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배가 너무 낡았거나 빌리지 못해 하루 한 끼조차 못 먹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봉사단 학생들은 나흘간 너댓 살 어린 현지 어린이들과 짝을 지어 생활하며 보살폈다. 앙코르와트를 지척에 두고도 구경하지 못한 캄보디아 아이들 손을 잡고 앙코르와트 견학도 했다. 임양은 “조금 힘들다고, 조금 불편하다고 불평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며 “봉사하러 왔는데 오히려 내가 이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엠레아프=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