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달러의 귀환

입력 2013-02-26 17:46 수정 2013-02-26 22:21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얼마 전 영국 신문인 텔레그래프는 깜짝 놀랄 만한 중국 금융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금융연구소장이 “달러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지급준비통화는 달러가 중심이 되고 유로·파운드·엔·위안화가 뒤를 받치는 ‘1+4’ 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한마디로 중국이 달러의 패권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의 변화가 실로 극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달러를 더는 못 믿겠다며 총리와 중앙은행 총재까지 달러 위기론을 외쳤던 중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삼자는 주장까지 했었다. 이런 중국이 달러 뒤에 서겠다고 자세를 낮춘 것은 백기 투항이나 다름없다.


중국도 “달러밖에 없다” 인정


사실 대안이 없다. 강력한 대항마라던 유로화는 이번 재정위기를 통해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산업경쟁력에서 엄청나게 차이나는 독일과 그리스가 하나의 통화를 쓴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위기 와중에 그리스의 드라크마 복귀설이 나왔을 때, 골드만삭스는 그리스가 경상수지를 독일 수준으로 높이려면 드라크마 가치를 50%까지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결국 그리스는 자신의 경제력에 비해 가치가 두 배나 높은 통화 덕분에 풍족한 소비를 즐기고, 독일은 교역을 통해 돈을 쓸어담는 태생적인 불균형이 문제의 근원이다. 유로화는 재정위기가 없었더라도 달러의 상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변화는 달러밖에 없다는 현실을 수용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달러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과잉 유동성으로 위기의 단초를 만들었던 달러가 위기를 거치며 유일한 승자가 되는 모양새다. 그것도 미 중앙은행(Fed)의 달러 살포가 달러의 화려한 귀환으로 귀결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Fed는 네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지금까지 줄잡아 2조5000억달러를 푼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매달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사준다. 올해 말이면 Fed의 채권 보유규모가 4조달러로 불어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한다. 작년 미국 GDP의 25%를 넘는 엄청난 규모다. 달러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 가까이 급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할 新경제질서


역설적이라도 현실은 현실이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달러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값싼 셰일오일·가스가 몰고 오는 에너지 혁명,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그 배경이다. 미국이 다시 글로벌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돼 간다. 리더국이 없어졌다는 G0나 G2, 그리고 달러시대가 갔다는 식의 위기론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가는 중이다.

달러의 귀환은 위기 이후 미국이 주도할 새로운 경제질서를 예고한다. 유럽은 후퇴했고, 중국은 아직 멀었다. 에너지 혁명으로 중동의 오일머니도 힘을 잃어갈 게 틀림없다. 미국은 이미 달러존 확장에 나섰다.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 개시, 일본과의 TPP 협정 논의 등이 그것이다. 엔저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미국 일본 영국 간 통화동맹도 확인됐던 터다. 마침 미국은 박근혜 정부와의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좋은 기회다. 조만간 한·미 정상회담도 열릴 것이다. 대외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그랜드 플랜을 짤 필요가 있다. 흐름을 놓치면 한국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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