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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국내 최고(最古) 아파트인 충정아파트(사진)와 동대문아파트를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국가 및 시·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1900~2000년 근현대 유산 1000선을 발굴, 보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는 10월부터 시민 공모를 통해 접수한 보존 대상 1126건에 대해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접수 대상에 충정·동대문 아파트가 포함됐다.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충정아파트는 1933년 일제강점기 때 지어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6·25전쟁 이후 유엔군 호텔로 사용하다 다시 아파트로 개조됐다. 1965년 완공된 동대문아파트는 한국 건설업체가 지은 국내 최초 아파트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로도 불렸다. 두 아파트는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시는 당초 두 아파트를 근현대 문화유산 1000선에 포함, 보존할 계획이었다. 시는 동대문아파트의 경우 2015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매입해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190억원의 매입비가 소요되는 충정아파트는 가구별로 단계적으로 매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는 최근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기존 매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노원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당초 매입 계획을 세운 것은 맞지만 다소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며 “지금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재개발을 원하는 일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시의 고민거리다. 특히 이들 아파트가 문화유산으로 선정될 것을 예상해 보상비를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충정아파트의 경우 실거주자 없이 3분의 1 넘는 가구가 비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로 시는 두 아파트를 문화유산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서 과장은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 논의를 거쳐 내년 9월께 ‘서울 속 미래유산 1000선’을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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