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현대산업개발

계속되는'아이파크'신화
아파트 35만가구 노하우에 시행사 없는 자체사업 활발…부동산 불황에도 수익 '쑥쑥'

글로벌 건설사로 진화
돔구장 등 토목 실적 탄탄…민자 SOC로 영토확장 '가속'…해외사업 네트워크도 강화

“아파트만 잘 짓는 건설회사가 아닙니다.”

건설업종을 잘 모르는 이들은 현대산업개발을 주택 전문 대형 건설업체로 알고 있다. 30여년간 전국에서 35만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 데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등 전국의 주요 랜드마크 아파트를 지은 까닭이다. 그러나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아파트 건설에만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건축·토목 분야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걸작으로 평가받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 서울 고척동 돔구장, 강남 파이낸스센터, 부산 북항대교 등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올해를 새로운 30년을 향해 도약하는 원년으로 선포하고 플랜트 등 신사업과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올해 30여년의 서울 강남시대를 마감하고 용산에 사옥을 마련한 것은 이런 의지의 표현이다.

○30년 주택사업 노하우

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은 1970년대 한강변 모래밭이던 서울 압구정동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시키며 강남 개발을 주도했다. 당대의 첨단 설계·시공 기술을 동원, 15층으로 지어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국내 부촌의 대명사가 됐다. 건축미와 주거환경을 잘 조화시킨 설계와 철저한 관리로 지금도 고급 주거단지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부산의 랜드마크 아파트인 해운대 아이파크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공급량으로 최고일 뿐만 아니라, 주택의 질적 향상에도 힘썼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603건의 아파트 평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관에 조형미를 가미한 단지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공 기술 개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92년 국내 최초로 철근 콘크리트 기둥과 보 등을 공장에서 형틀로 만들어 사용하는 공법(PC공법)을 개발했고, 1997년에는 철골 구조를 아파트에 처음 적용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사업은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총 6670가구를 공급했다. 지난 8월 공급한 ‘대구 월배 아이파크’(1296가구)는 평균 6.43 대 1의 경쟁률로 분양을 마쳤다. 또 부산 명륜 2구역 등 4개 단지에서 총 4000여가구를 연내 신규 분양해 연간 공급 물량이 1만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회사가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외형과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자체 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은 땅을 직접 매입해 아파트를 짓는 자체 사업을 꺼리고 있다. 분양 리스크가 너무 커서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자체 사업을 선호한다.

2008년 13.9%였던 자체 사업 비중을 해마다 늘려 지난해에는 50%에 달했다. 자체 사업 수익률은 30%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택업체들이 미분양 사태로 고전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매출 4조1079억원, 영업이익 402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김재식 영업본부장(부사장)은 “회사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의존도가 낮은 데다 30년 주택사업 노하우가 쌓여 자체 사업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랜드마크 토목·건축 실적도 확대

건축 부문의 역사도 깊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펼쳐진 대전 월드컵 경기장을 시공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실내 야구장인 고척동 돔구장을 짓고 있다. 또 국내 최대 오피스 빌딩인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예술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외관의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등 전국 각지에 랜드마크 건축물을 준공했다.

도로 지하철 교량 등 토목 분야 실적도 다른 대형사에 뒤지지 않는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등을 건설했고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의 확장 공사도 맡았다. 또 경부고속철도를 비롯해 서울지하철 5·9호선 등의 철도 공사에도 참여했다. 2014년 완공 예정인 북항대교는 총 연장이 3331m에 달한다.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주경간)가 540m로 기존 최장인 서해대교(470m)보다 더 길다.

김종수 현대산업개발 상무는 “주택사업의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고층 건축과 대형 토목사업 등 건설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아파트에만 강점을 가진 주택 전문 기업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플랜트 등 신성장동력 강화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건축·토목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판단, 올해부터 새로운 시장과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플랜트의 경우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등 발전 플랜트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대한전기협회의 원전 시공을 위한 자격 요건인 전력산업기술 기준(KEPIC) 인증과 원자력 발전기술 공인기관인 미국기계학회(ASME)의 인증서를 받는 등 국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단계를 착실히 밟고 있다. 총 공사비 2조5000억원의 동두천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도 뛰어들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2010년 해외사업팀을 신설한 이후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고, 해외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국제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인증도 받았다.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품질경영 시스템인 ISO 9001을 획득했다. 지난 4월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했다. 다양한 입찰 경험을 쌓고 해외 사업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시장을 기반으로 한 국내 사회기반시설 민간 투자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민자도로인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등을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또 부산~김해 경전철과 부산신항 2·3단계, 북항대교 등 사업 분야를 철도, 항만, 교량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과 수도권 대심도 고속직행철도(GTX) 사업을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하는 등 단순 도급을 넘어 기획부터 설계·시공·금융·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김재식 영업본부장은 “해외 사업 등 신사업을 벌리는 것과는 별도로 국내 사업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해외 사업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주택사업의 성과”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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