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8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유엔(UN) 산하 생물다양성기구(IPBES) 총회. 한국 대표단은 IPBES 본부 유치를 위해 윤종수 환경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 막판 득표전을 벌였다. 한국에 유리했던 판세는 그러나 독일이 막판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개도국을 흔들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결과는 독일(본)의 역전승. 한국 대표단은 국제기구 유치 목표를 다음으로 기약하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10월20일 오전 11시 인천 송도 컨벤시아.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유치를 위한 최종 투표가 시작됐고, 24개 GCF 이사국 중 절반 이상이 인천 송도를 지지했다. 반 년 전 파나마에서 당한 패배를 깨끗이 설욕한 것이다.

#맨투맨외교로 독일 꺾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GCF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국제사회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뭣하러 힘을 빼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환경부, 외교통상부가 역할을 나눠 24개 GCF 이사국을 각개격파하면서 한 표씩 끌어들였다. 독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에도 재무장관 회담 재개를 조건으로 지지를 받아냈다. 미국, 호주도 한국 편에 서줄 것을 설득했다. 6표가 걸려 있는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중국과 인도에 간접 지원을 요청했다. 이 결과 6개국 중 상당수가 나미비아가 탈락하면 한국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래도 과반까지는 1~2표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7개 나라를 포함, 9표가 걸린 유럽이 변수였다. 막판 쐐기를 박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친분 관계가 있는 정상들에게 전화로 지지를 호소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전화 정상회담으로 1~2개국이 우리 편으로 돌아섰다”며 “송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대륙을 지지하는 관례를 깨고 유럽에서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물량 공세는 거셌다. 한국이 사무국 운영 경비로 2019년까지 7년간 100만달러를 내겠다고 했지만 독일은 영구적으로 연간 400만유로를 지원하겠다며 한국을 압도했다. 사무실 무상 지원은 물론 운영 경비(300만유로)와 이주비(80만유로), 회의 참석 경비(100만유로)까지 부담하겠다며 ‘통 큰’ 지원안을 내놨다. 한국 정부는 독일의 물량공세에 맞서 “GCF는 개도국을 위한 기구인 만큼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국제기구의 ‘유럽 쏠림현상’을 깨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이런 호소가 먹혀들었다.

#경제효과 年 3800억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상징인 33층짜리 아이타워(I-Tower). 이 가운데 절반인 15개 층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직원들이 이용하게 된다. 사흘에 한 번꼴로 열리는 크고 작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외국인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숙박, 관광, 번역업계 등의 고용유발 효과만 연간 2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아시아 최초로 매머드급 국제기구를 품게 된 만큼 그 경제적 효과는 1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부족한 인프라와 서비스 기반을 보충하는 것은 과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은 GCF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매년 3812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입주하는 500여명 임직원들이 매년 소비하는 금액은 650억원. 매년 120회의 국제회의가 열리면서 외국인 참가자들은 해마다 342억원을 쓸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효과(연간 2543억원) 등을 포함하면 3년간 1조원이 넘는 부가가치가 GCF를 통해 창출되는 셈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고용 효과는 더욱 눈에 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제기구 직원 1명당 1명 이상의 정직원을 고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고용유발 점수를 포함한 경제효과는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항구적이라는 점에서 100배 이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KDI가 예상한 GCF의 고용유발 효과는 2000여명이다.

#부족한 서비스 기반은 과제


남은 과제도 많다. 우선 교육과 주거 서비스 등 외국인들이 상주할 만한 환경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이웃국가와 비교해 의료나 교육 서비스 등에서는 국제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영어 통용이 어렵다는 점도 국내 외국인들이 호소하는 장애물이다.

인프라 역시 인천시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과 20분 거리인 교통 요충지이지만,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교통 여건은 아직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GCF 유치를 계기로 광역급행열차(GTX) 송도~청량리(48.7㎞) 노선을 앞당겨 개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통근 시간을 84분에서 21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외국인 임대아파트를 확충하는 한편 임시사무국 직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심기/차병석/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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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과 맞먹는다는 GCF는…



개도국 기후변화 지원…환경분야의 세계은행




한국이 유치에 성공한 녹색기후기금(GCF)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금융기구다. GCF의 설립이 공식화한 것은 2010년 12월이다. 당시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6차 당사국 총회에서 기금 설립이 승인됐다. 선진국은 2010~2012년 300억달러의 긴급재원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의 재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규모인 만큼 재원 조성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라는 목표를 놓고 개도국은 ‘매년 1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진국은 ‘2020년부터 최소 1000억달러’라고 맞서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진국들의 부담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시기의 문제일 뿐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의 분담은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한국이 유치한 세계은행 지역사무소도 송도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국제투자보증공사(MIGA), 세계은행교육협력체(WB Institute)의 요원들이 GCF와 함께 밀집한다면 송도가 아시아 국제기구의 ‘메카’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이전까지 한국이 유치한 국제기구는 27개(2010년 기준)로 일본(270개) 태국(133개)에 비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규모도 기구당 외국인력 1~3명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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