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로 승객 급감…타이·델타항공 등도 장거리노선 없애

<싱가포르~美뉴어크>

싱가포르항공 등 동남아시아 대형 항공사들이 잇따라 장거리 직항 노선을 폐쇄하고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로 값비싼 장거리 직항 노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연료비는 고공행진을 지속,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들의 부상도 대형 항공사들이 장거리 직항 노선을 폐쇄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나선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1·2위 장거리 직항 노선 폐쇄

싱가포르항공은 24일(현지시간) 미국행 장거리 직항 노선 두 개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개 노선은 미국 뉴저지 뉴어크(1만5332㎞)와 로스앤젤레스(LA·1만4107㎞)에서 싱가포르로 오는 직항으로 각각 18시간30분, 16시간이 걸리는 세계 1, 2위 장거리 노선이다. 싱가포르항공은 이들 노선을 내년 말까지만 운항하기로 했다.

싱가포르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 좌석이 비즈니스클래스인 이들 노선의 왕복 항공료는 각각 1만260달러, 7300달러로 이코노미클래스보다 5배 이상 비싸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의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자 기업들은 임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클래스보다는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비즈니스클래스 등 프리미엄 좌석을 이용한 전 세계 승객은 전년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이코노미클래스 이용 승객은 6.7% 늘어 증가폭이 더 컸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미국행 장거리 항공편의 수요가 줄어든 이유다.

반면 아시아 등 신흥국 경제는 비교적 탄탄해 항공사로선 미국 장기 노선을 줄이고, 아시아지역 노선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거리 노선 없애는 항공사들

다른 항공사들도 장거리 직항 노선을 점차 줄이는 추세다. 올해 들어 타이항공(방콕~LA 노선)과 델타항공(디트로이트~홍콩), 아메리칸항공(시카고~뉴델리)이 15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노선을 없앴다.

이들은 고유가가 지속돼 연료비 부담이 커지자 장거리 노선을 줄이고 있다. 연료비가 오르면 장거리 노선의 수익성은 단거리 노선보다 더 나빠진다. 운항시간이 길어질수록 단위거리당 연료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연료비 상승분을 운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편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말 갤런당 1.32달러까지 떨어졌던 항공연료 가격은 최근 3달러대로 급등했다.

저가 항공사들의 성장도 동남아 대형 항공사들이 장거리 노선을 없애고 있는 이유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저가 항공사들이 낮은 운임으로 시장 을 공략하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항공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저가 항공사들은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 시장의 25%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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