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산서 바라보는 야경…보석 같이 화려한 빛의 군무
개항기 영사관 등 이국적 모습…옛 국제무역항 풍경 그대로 담아

홋카이도의 가장 남쪽에는 일본 본토인 혼슈의 끝인 아오모리와 마주한 이국적 항구도시 하코다테가 있다. 삿포로에서는 특급열차를 타고 3시간이나 걸릴 만큼 멀다. 하지만 세계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풍경이 기다리니 400여㎞의 거리를 탓하며 망설일 이유가 없다.

○빛의 정령이 사는 도시

하코다테엔 ‘빛의 정령’이 산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요정의 술수가 아니라면 하코다테의 야경에 이토록 혼을 빼앗길 다른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세계 3대 야경이라는 말이 괜한 자랑이 아니라는 걸 알고싶다면 가장 높은 하코다테산부터 찾는 것이 순서다. 해발 334m의 하코다테산은 약 200만년 전 화산활동을 멈춘 화산산으로 홍콩과 나폴리를 넘어서 세계 제일의 야경을 자랑하는 밤과, 멀리 시모기타 반도까지 조망하며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낮풍경까지 세계 제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절경을 선사한다.

찾는 길도 어렵지 않다. 하코다테 중심가에서 시전차를 타고 주지가이(十字街)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이면 하코다테산 정상으로 향하는 로프웨이 승강장에 닿는다. 전망대가 선사하는 밤의 하코다테는 보석에 비유할 만큼 화려하다.

하코다테항과 쓰가루 해협에 끼어 있는, 좁게 휘어지는 지형을 따라 일몰과 함께 거리의 가로등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면서 하코다테의 야경은 시작된다. 절정은 항구 주변 일대가 가로등과 경관 조명을 비추면서부터다. 항구를 수놓은 일루미네이션과 검푸른 바다에서 불을 밝히고 떠다니는 오징어잡이배들, 하코다테 하리스트정교회를 비롯한 모토마치 주변의 교회들이 저마다 오색 조명을 쏘아내면 곳곳에서 보석이 빛을 발하듯 화려한 빛의 군무가 펼쳐진다.

○이국적 색채 가득

야경만으로 만족해선 곤란하다. 하코다테는 과거 국제 개항장으로 문을 열었던 도시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무역항이었던 요코하마항이나 고베항과 마찬가지로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삶을 영위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일본답지 않은 색채에 여행자의 발길이 더 바빠진다.

그 대부분은 하코다테 언덕배기에 자리한 모토마치에서 만날 수 있다. 모토마치는 개항을 계기로 언덕길을 따라 서구의 교회와 영사관, 외국인 거류지들이 밀집돼 있던 지역이다. 높다란 언덕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아름다운 하코다테 항구를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어 더 인기다.

모토마치에서 대표적인 이국풍경을 찾는다면 목조 콜로니얼 양식의 옛 하코다테구 공회당 건물이 딱 좋다. 1910년 세워진 일본 메이지시대의 대표적 건물로, 2층 발코니에서는 발밑으로 모토마치 거리와 하코다테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절경을 자랑한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여행 가이드북으로 잘 알려진 미슐랭가이드 일본판에서 별 2개를 획득했으니 모토마치 언덕까지의 고행길도 충분히 견딜 만하다.

JR하코다테역에서 서쪽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하코다테 항구 워터프런트도 메이지 시대 유물이다. 워터프런트는 붉은 벽돌의 아카렌가 창고단지를 비롯해 하코다테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100여년 전 메이지 시대의 풍치가 그대로 살아있어 시대를 넘어 낭만적인 하코다테를 만끽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포인트다.

아카렌가 창고에서 멀지 않은 하코다테 아사이치 아침시장도 명소다. 사면이 바다인 홋카이도답게 400여개 점포가 밀집돼 있는데 그 규모와 상품 종류의 풍부함에 있어서 홋카이도 내 1~2위를 다툰다. 이른 아침부터 낮 12시까지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하코다테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특히 하코다테 명물인 가이센돈(해물덮밥)을 맛볼 수 있으니 미식 명소로도 제격이다.

○현대식 호텔부터 전통 료칸까지

일본여행에서 온천욕이 빠질 수 있으랴. 하코다테에는 홋카이도 유수의 온천 관광지인 유노카와 온천(hakodate.ne.jp/yunokawa)이 자리하고 있어 온천욕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하코다테 시내에서 시전차를 타고 20분이면 유노카와온천역에서 닿으므로 망설일 필요도 없다.

시선을 온천거리로 옮기면 고즈넉한 거리를 따라 30여채의 호텔 및 온천료칸이 가득 자리하고 있다. 200~300실 이상을 보유한 현대적인 초대형 리조트호텔부터 지극히 일본적이고 전통적인 중·소형 료칸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공존한다.

시내 호텔에서 숙박하는 여행자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유노카와온천에서 숙박하지 않더라도 당일 온천입욕을 즐길 수 있는 11개 온천호텔이 있어 500~1500엔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모토 다쿠보쿠테이(1000엔), 유노카와관광호텔(1500엔), 유모토 이사리비칸(500엔) 등 홋카이도 3대 온천으로 불리는 유노카와 온천의 명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대욕탕은 물론 바다를 향해 있는 노천탕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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