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보통신 사생활 보호의 선결조건

입력 2012-08-15 19:11 수정 2012-08-16 06:01
"새 정보통신망법 18일부터 시행
주민번호 수집제한 등 효과 보려면
유형별 규제 매뉴얼 제공돼야"

임종인 <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이달 18일 본격 시행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직전 우리는 안타깝게도 KT 고객 87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비보를 들어야만 했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의 유출사고로 인해 정보통신 사업자들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보통신 사업자들의 개인정보보호 의무가 강화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적지 않다.

정보통신 서비스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됨에 따라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정보 수집량의 증가로 정보통신영역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웬만한 정보통신 서비스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국가적 차원의 재난이라 부를 만하다. KT의 경우 유출사고로 인해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엄청난 배상액이 걸린 집단소송이 예고되는 등 사업자와 이용자가 안아야 할 피해는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통신망법은 정보주체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기업들이 개인정보 침해 사고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법적 장치가 돼야 한다.

이번에 시행될 개정법은 그런 의미에서 현행 정보통신망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수집 및 이용을 제한하고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보 및 개인정보 침해사고 통지를 의무화함으로써 정보통신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 체계와 정보통신 이용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보호만을 다루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달리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제 의무화, 정보보호 사전점검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임원급 최고보안책임자 지정 등의 정보보호체계 강화 조치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의의로는 정보통신 이용자들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수준의 정보주체로서 권리를 보장하고 정보통신 사업자들에게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일관성을 보장한 점을 들 수 있다. 형식적인 요건으로 전락해버린 정보보호 안전진단제도를 없애고 정보보호 관리체계인증제도로 일원화하는 등 규제 효율 및 효과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의 준수 편이성을 끌어올린 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도 존재한다. 개정법에 새로 도입된 조치들이 실제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주민등록번호 대안시스템이 제시돼야 한다. 또 구체적인 유형별 규제 준수 매뉴얼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시스템 도입 및 전환을 위한 유예기간 등도 적절히 제공돼야 한다. 이번에 도입된 개인정보 유출 피해 통지의 경우에도 KT의 경우처럼 유출사고를 늦게 발견할 경우 이미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2차적 피해를 본 이후의 사례가 많으므로, 통지제도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출사고를 적시에 발견하고 원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렌식 준비에 대한 제도가 보충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에 의한 사생활 위협, 잊혀질 권리와 같은 새로운 프라이버시 권리, 애플과 구글 등 해외기업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규제의 어려움과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정보통신망법은 이런 새로운 환경의 도전에 맞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명시된 원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진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망법은 해외 정보통신 기업들로부터 대한민국 이용자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국내 정보통신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국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쟁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정보통신 서비스의 건전한 발전을 보장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의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임종인 <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jili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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