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빌딩 매입건수 '제로(0)'
오히려 보유빌딩 매각에 올인
경기침체에 수익률 하락 여파

마켓인사이트8월12일 오후 4시20분

국내 빌딩매매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혀온 외국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빌딩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빌딩정보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체결된 21건의 대형(연면적 3300㎡ 이상) 오피스빌딩 매매거래 가운데 해외자본이 매수자로 나선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2010년 3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분기당 한 곳 이상을 사들이면서 투자명맥을 유지해오다 올 들어 완전히 끊겼다는 게 중개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보유물량 처분엔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분기 독일계 투자회사인 데카(Deca)는 ‘명동센트럴타워’를 국내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팔아 1100억원을 현금화했다. 외국계 투자회사인 맥스씨아이도 여의도 ‘아시아원’ 빌딩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매각했다.

2분기 들어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서울 신천동 전산센터를 국내 부동산펀드에 넘겼다.

최재견 신영에셋 팀장은 “외국인들이 매수보다는 보유물량 처분에만 몰입하는 분위기”라며 “2009년부터 부동산 활황이 꺾이면서 오피스빌딩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한 해 연간 13.74%에 달했던 국내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최근 연 6%대로 반토막났다. 올 2분기 수익률은 1.73%로 1분기보다 0.05%포인트 낮아졌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공실률 증가 등으로 수익률이 줄고, 매수세가 위축된 탓이다.

일부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매각가격을 낮춰서라도 ‘탈출’을 서두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전산센터 매각가격은 1600억원으로 공시지가 수준이다. 작년 외국계 펀드와 협상할 당시만 해도 2000억~3000억원 수준이 거론됐지만, 더 좋은 가격에 팔 생각을 접은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오피스빌딩시장 ‘탈출’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한국휴렛팩커드가 신영증권 컨소시엄을 여의도 HP빌딩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제이알자산관리는 독일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서울 충무로3가 ‘충무로타워’를 매입하기 위해 국토부에 위탁관리 리츠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 아센다스가 지분 30%를 보유한 부동산펀드도 ‘씨티은행센터’ 등 보유 부동산 처분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밖에 블랙스톤, BoA메릴린치 등이 보유한 빌딩도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외국계 자본의 빌딩 매각이 분기에 평균 2건 내외씩 이뤄질 전망”이라며 “일부 외국계 투자자는 수익률 둔화 추세에 접어든 한국 오피스빌딩시장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지가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이태호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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