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중국에 직영점…글로벌 1위 과일음료 브랜드 만들 것"

가업인 제조업 대신 외식업…"글로벌 브랜드 경영 꿈 키워"
3년 전 창업자에 인수 제의…무배당 조건으로 투자 유치
미국 남부지역 집중 공략…일본·대만·태국 등 진출 고려

스무디킹 가맹점주들의 연례 모임인 ‘글로벌 가맹점주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던 2009년 7월 초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스무디킹 본사. 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사장(40)은 스무디킹 창업자 스티브 쿠노 회장(65)의 눈치를 살피다 그에게 두 장짜리 메모지를 건넸다. 메모지에는 스무디킹 본사의 개략적인 재무구조와 인수 희망금액(2500만달러) 등이 적혀 있었다. 쿠노 회장은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이런 제안을 해줘서 고맙고, 스무디킹 브랜드를 이렇게 사랑해줘서 더욱 고맙다. 만약 내가 브랜드를 팔게 될 때가 오면 당신을 1순위로 기억하겠다.”

갑작스런 제안에 쿠노 회장이 화를 낼까봐 조마조마했던 김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쿠노 회장을 만날 때마다 인수 의사를 밝혔다. 3년에 걸친 집념은 지난 7일 열매를 맺었다. 스무디킹의 한국 가맹점주(프랜차이지) 격인 스무디즈코리아는 미국 가맹본사 인수를 발표했다. ‘꼬리’가 ‘몸통’을 집어삼킨 것이다. 스무디즈코리아는 5000만달러(약 571억원)에 스무디킹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국민연금이 출자한 ‘스탠다드차타드 사모펀드(SCPE)’로부터 5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SCPE는 스무디즈코리아 지분 40%를 갖게 됐다.

지난 13일 뉴올리언스 본사에서 스무디킹 대표로 취임, ‘2012 글로벌 가맹점주 콘퍼런스’를 진두지휘하고 최근 귀국한 김 대표를 29일 서울 여의도 스무디즈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과일 음료인 스무디를 접한 건 언제였습니까.

“미국 보스턴대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미국 생활에 적응이 안 돼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피우고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몸에 밸 무렵이었죠. 그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즐겨 마시던 게 스무디였어요. 스무디는 간호사 출신인 쿠노 회장이 개발해 1973년부터 팔기 시작한 음료로 과일에 미네랄, 프로틴 등 각종 영양소를 첨가해 만들어 건강 음료란 이미지가 강했어요.”

▷전자부품제조업체인 경인전자 김효조 회장의 장남인데 가업인 제조업 대신 외식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2000년대 초 한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며 정보기술(IT) 기업의 ‘버블 붕괴’를 목격했죠. 연일 상한가를 찍던 기업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수십년간 흔들리지 않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힘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전자회사들도 부침이 심하지만 외식 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브랜드를 잘 만들어놓으면 제조업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고용 창출 효과도 뛰어납니다. 외식 등 서비스업은 경영자 역량에 따라 브랜드를 급속히 키울 수 있다고도 생각했죠.”

▷2003년 스무디킹 국내 사업을 시작한 이후 경영 성적은 괜찮았습니까.

“초기 5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죠. 스무디킹 초기 매장은 주로 서울 강남역, 명동, 홍대앞, 신촌 등 황금 상권에 있었어요. 점포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죠. 그럼에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원들과 제 꿈을 공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주위 많은 분들이 스무디 사업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우려에 설득당했다면 ‘오늘’이 있지도 않았겠죠. 스스로에 대한 신념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건강 트렌드입니다. 건강·웰빙 열풍은 한순간의 유행이 아닙니다. 이 시대를 나타내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이런 큰 흐름으로 건강 기능 음료인 스무디는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두 번째는 적자를 내는 매장에서도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어요. 성장 추세만 이어지면 턴어라운드는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 거죠. 사업 초기에는 가맹점을 아예 내지 않고 직영점 확산에만 집중했습니다. 본사에 흑자전환 기미가 보이던 2006년 가맹 사업을 시작했죠.”

▷미국 본사를 인수하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다면.

“올해가 만 40세인데요, 30대 후반부터 ‘200여명의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내린 결론이 ‘글로벌 브랜드의 오너’가 되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쿠노 회장에게 브랜드를 사고 싶다고 했죠. 이 제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쿠노 회장과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 건 언제였습니까.

“작년 가을부터 본사 인수 건이 가시화됐습니다. 쿠노 회장이 먼저 연락을 해서 보자고 했죠. 그는 ‘매매차익만 노리는 사모펀드엔 절대 회사를 넘기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죠. 미국에 갔더니 ‘아직도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고, 재무제표를 주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인수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겁니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글로벌 오너가 되기 위해 어느 시장으로 발을 넓혀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머징 마켓으로 여겨지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을 우선적으로 떠올렸고, 이쪽 시장에 밝은 투자자들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SCPE에서 투자를 받으셨는데요.

“오래 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는 SCPE 관계자가 한번은 국내 식음료 브랜드 한 곳을 인수하자고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스무디킹 인수 건이 생겼고, 그쪽에서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성사됐습니다. 사실 이번 딜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그중에서 동남아 시장에 가장 밝은 SCPE를 택했습니다. 국내 기업 한 곳과 대만 기업에서도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싶다고 했지만 여러 조건들을 감안해 SCPE와 손을 잡았습니다.”

▷SCPE가 내세운 조건이 있었을 텐데요.

“미국 등에서 버는 돈을 동남아와 중국에 재투자해 스무디킹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게 최우선입니다. 이런 성장 전략에 SCPE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당분간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부채를 얻어 기업을 사는 일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들에게 ‘키워서 이익금을 챙겨라, 그리고 상장시킬 예정이니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죠. SCPE도 자기 돈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SCPE 관계자와 스무디킹 직원들이 함께 싱가포르에 출장갔습니다.”

▷향후 해외 진출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동남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부터 들어가려고 합니다. 싱가포르는 더운 지역이라 상업지역이 거의 몰(mall) 중심이죠. 싱가포르에서 가장 크고 좋은 입지에 있는 몰의 소유주가 마침 스탠다드차타드입니다. 그곳에 조만간 직영점 형태로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중국에도 직접 진출 방식으로 내년에 상하이부터 들어갈 겁니다. 미국에서도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남부에만 매장을 1500곳 더 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플로리다, 텍사스 등에 3년간 집중한 뒤에 동부와 서부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큰 시장입니다만 우선 거점지역을 튼튼히 해놓고 진출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프랜차이즈 기업가로서 궁극적인 포부가 있다면.

“주위에서는 적당히 키우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때가 요즘 같아요. 지금처럼 한류 열풍이 불고 있을 때 글로벌 브랜드를 들고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지난 13일 취임사에서 ‘10년 내 스무디킹을 글로벌 넘버원 과일음료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미국 가맹점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과일 음료 하면 스무디킹을 떠올리는 날이 오도록 온몸을 던질 각오입니다.”


김성완 대표는 경인전자 창업주 장남…'스무디킹 창립자상' 첫 수상



전자부품·리모컨 제조업체인 경인전자 창업주 김효조 회장의 장남이다. 1990년대 미국 유학 중 즐겨 마시던 스무디를 2003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여 젊은이들 사이에 스무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명동 1호점 점주를 맡아 직접 발벗고 나서 샘플링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무디는 ‘건강 개념을 담은 패스트푸드’란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창립 때부터 모든 상품에 합성착색료, 합성착향료, 합성보존료, 합성감미료, 트랜스지방, 콘시럽 등 6가지를 사용하지 않는 ‘6무(無) 원칙’을 고수해왔다.

2003년 설립한 스무디즈코리아를 지난해까지 연평균 64% 성장시켰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에 있는 스무디킹 매장은 전 세계 700여개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뉴올리언스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가맹점주 콘퍼런스’에서 ‘스무디킹 창립자상’의 첫 수상자로 뽑혔다

◆약력=△1972년 서울 출생 △1991년 구정고 졸업 △1995년 미국 보스턴대 졸업 △1998년 UC어바인 경영학 석사 △1999년 경인전자 이사 △2003년 경인정밀 대표, 스무디즈코리아 대표 △2011년 스무디킹 창립자상 수상 △2012년 미국 스무디킹 인수 및 대표 취임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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