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은 젊음의 끝물에서 그동안 당연시했던 것들을 놓아가는 나이인 것 같아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묻고 싶었죠.”

2002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 심윤경 씨(40·사진)가 4년 만에 신작 《사랑이 달리다》(문학동네)를 내놨다. 새 소설은 활기가 넘친다. 매끈한 문장과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장을 넘기는 손도 자연스레 달릴 수밖에 없다.

심씨의 장기인 가족 이야기가 바탕인데 그 성격이 영 다르다. 타고난 사기꾼 기질인 아버지의 성향을 물려받은 삼남매 중 막내인 혜나가 주인공이다. 큰오빠는 어머니에게 용돈 ‘5만원’을 보내며 있는 대로 생색을 내는 속물, 둘째오빠는 50억원의 빚을 지고도 내키는 대로 스포츠카를 ‘지르고’ 큰소리치는 자칭 사업가다.

어머니는 남편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요구하는데도 ‘사랑이 끝났는데 재산이 무슨 소용이냐’며 위자료도 없이 담담히 갈라서는 몽상가적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다. 혜나 또한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일은 하지 않는 39세 미시족이다. 이런 집안은 얼른 문을 닫는 게 인류에 기여하는 거라며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한다.

이들이 서로에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막말을 보면 ‘사랑’이 있기나 한 것인지 반문하게 되지만, 결국은 그 관계와 대화 속에서 답을 찾게 된다. 인생에는 돈, 직업, 공부, 일 등 절대 포기 못할 것 같은 게 많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동화를 썼다. 2008년 《서라벌 사람들》 이후 모든 게 소진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더 이상 쓸 게 남아 있지 않다는 공포가 몰려왔어요. 그걸 극복해 보려는 몸부림이 동화였지요. 덕분에 좌절을 이길 수 있었고, 쓰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잊지 않게 됐죠. 항상 소설로 돌아가리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거죠.”

그는 이번 작품은 그만큼 행복하게 썼다고 했다. 소설에 푹 빠져 공과금 납부를 연체할 정도로 전념한 게 처음이었다는 것. 아이를 낳은 직후 등단했던 그는 “독립투쟁하듯이 힘들게 글을 썼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하게 되면서 ‘글쓰는 나’의 자아가 강렬하게 다가오더라”고 했다.

소설은 많은 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끝난다. 조만간 나올 후속작 《사랑이 채우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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