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출간 다카노 가즈아키

"인간은 왜 서로 죽이고 싸우는지 SF식 추리소설로 풀어내"

지난 5일 일본 도쿄 간다(神田)지구 진보초(神保町) 거리. 고서점들이 즐비해 책을 많이 읽은 독서가들의 놀이터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 있는 출판 에이전시 ‘사카이’를 찾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알리면서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회사다. 이곳에서 《13계단》《그레이브 디거》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 추리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사진)를 만났다.

그의 신간 《제노사이드》(황금가지)는 진화한 초인류를 지키려는 쪽과 없애려는 미국 정부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죽고 죽이는 인간 사회를 들여다 본 책이다. 추리·스릴러·SF 기법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전개한다. 정의로운 한국인 유학생의 활약, 일본의 과거 만행 비판 등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부분이 많다.

○조선인 학살 등 일본의 과거사를 비판했다.

“제목이 ‘제노사이드’다. 책 속에서 콩고, 르완다 학살과 나치 등의 비극을 다뤘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쓰면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쓰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인이라고 해서 역사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일본인은 악역인데 비해 한국인 캐릭터 이정훈은 의인으로 묘사했는데.

“일본인 주인공이 있기 때문에 악역도 한 명은 나와야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든 선인이 있으면 악인도 있는 법이니까. 이정훈은 이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일본인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를 모델로 했다. 그의 희생에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감동했다. 《제노사이드》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가 저절로 머리에 떠올랐다. 이정훈에게는 이수현 씨가 행한 ‘선(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속 번즈 미국 대통령은 조지 부시를 연상케 한다.

“맞다. 처음엔 그를 악인으로 생각하고 소설을 썼다. 하지만 연구할수록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이 주어지면 보통사람이라도 악인이 되는 게 무서웠다. 이라크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전쟁인데, 결국 미국의 거짓말로 밝혀지지 않았나. 있어서는 안 될 전쟁이었다.”

○인간은 서로를 죽이는 존재로 그렸다. 인간이란 존재를 회의적으로 보나.

“사람이라는 생물은 살기 위해 집단을 만들어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집단 간에는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인간을 회의적으로 본다기보다는 이게 고유한 습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침팬지나 고릴라를 보면서 습성을 관찰하듯, ‘초인류’의 시각에서 보면 인간 사회가 어떻게 보일지 생각했다. 이수현 씨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선’도 포함해 인간 전체의 상을 나타냈다.”

○이번 작품에선 집단학살을, 《13계단》에서는 사형제도를 다뤘다. 정치·사회적 테마에 관심이 많나.

“책을 통해서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게 책의 매력이다. 민감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재미만 추구할 수도 있지만 정면으로 부딪히는 걸 택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는 느낌이다.

“각본가로 5년 일했다. 그런데 감독이나 배우가 간섭하면서 내용을 바꾸려고 하는 게 싫어서 소설가로 전업했다. 온전히 내 작품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물론 일단 직접 쓴 각본이 잘 팔리지 않은 게 문제였다(웃음). 영화 경험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영화화할 계획은.

“일단 일본 내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 영화계에서는 필요한 예산 확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할리우드에서 제안이 온 것도 사실이다. 영화화된다면 감독과 각본을 직접 맡을 생각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화로 만들기 더 쉽게 쓸 걸 그랬다(웃음).”

도쿄=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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