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CEO의 두뇌'
신사업·기업문화 혁신주도

< CIO 최고혁신 책임자 : Chief Innovation Officer >

최고혁신책임자(CIO·Chief Innovation Officer)를 두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위로부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와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이 최근 실시한 공동 조사 결과를 인용, 조사 대상 260개 회사 중 CIO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43%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CIO뿐만 아니다. 최고문화책임자(CCO),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등 기업 내에 새로운 고위급 직책이 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직책을 수행할 리더십을 갖춘 인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전했다.

◆CIO의 부상

2000년대 초 프록터앤드갬블(P&G)은 프랑스의 한 중소기업이 탁월한 피부 재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P&G는 이 기술을 활용해 ‘올레이(Olay)’라는 화장품을 개발했다. 올레이는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P&G의 유명한 개방형 연구소 전략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앨런 래플리 최고경영자(CEO)는 필리포 파세리니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 개방형 혁신전략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파세리니는 이 전략을 통해 P&G의 기업전략과 문화를 개방형으로 통째로 바꿔놓았다. 최고혁신책임자(CIO) 역할을 한 셈이다. 포브스는 이와 관련, “과거 ‘CI(Information)O’가 ‘CI(Innovation)O’로 바뀌어야 할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CIO를 두는 글로벌 기업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매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코카콜라와 듀폰 씨티그룹 하얏트 등 많은 기업들이 CIO를 도입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CIO를 두진 않았지만 기업 내 혁신을 전담하는 총괄 임원이 있다.

CIO의 역할은 다양하다.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짜고, 신사업을 발굴한다. 외부 기업과 제휴를 주도하거나 투자 집행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기도 한다. 사실상 ‘CEO의 두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CIO’는 1998년 출판된 ‘4세대 혁신’이란 책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인텔 등을 거친 기업 연구·개발(R&D)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윌리엄 밀러는 혁신이 기업의 필수 생존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C*O, 인재는 부족

최근 CIO와 같은 새로운 직책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의 CCO와 듀 폰의 CSO다.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구글은 2006년 CCO를 도입했다. CCO의 임무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2만여명의 구글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최초 CCO인 스테이시 설리번이 6년째 이 업무를 맡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은 환경경영을 위해 CSO를 뒀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자 듀폰은 환경 파괴 기업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듀폰은 CSO 주도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다양한 환경보호 정책을 도입했다.

이처럼 새로운 CEO급 직책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재는 부족한 실정이다. HBR은 “리더십을 갖춘 경영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정보의 홍수로 리더들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문화의 확산으로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조직이나 기관의 권위가 상실된 것도 원인이라는 게 HBR의 분석이다.

전설리/고은이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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