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일하지 않는 청년, 미래도 없다

(2) 눈높이만 높이는 대학
대학 난립에 부실교육 받은 대졸자만 양산
年2만여개 '좋은 일자리' 놓고 56만명 경쟁
기업들 "전공 기본도 모르는 지원자 넘쳐"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명신대(전남 순천)와 성화대(전남 강진) 등 2곳의 부실 대학에 폐교 명령을 내렸다. 올해는 충남 천안의 선교청대에 퇴출 절차와 다름없는 신입생 모집 정지를 통보했다.

이들이 퇴출당한 사유는 ‘사학 비리, 학사관리 부실’ 등으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졸 인원 ‘좋은 일자리’의 30배

국내 대학 중 상당수가 대학의 기본 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졸업장 장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난립이 대학교육 부실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2011년 말 기준 국내 대학 수는 350개(4년제 203개, 2년제 147개)다. 대학생 수는 325만명으로 국민(4800만명) 14.7명당 1명이 대학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1%로 독일(36%) 일본(48%) 영국(57%) 미국(64%) 등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을 앞선다. 뜨거운 교육열 덕분에 대학을 지어놓기만 하면 신입생이 알아서 들어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업 전선에 나서야 할 고졸 청년 대부분이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에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한 후에는 취직할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직업은 연간 취업자 수가 고작 2만~3만명 정도”라며 “반면 대졸 이상 졸업생은 연간 56만명에 달하다 보니 대학입시마저 철저하게 ‘한줄 서기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에 비해 졸업생 수가 30배가량 많다 보니 명문대에 입학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은 10년 전 그대로

대학 수는 급증했지만 교육 수준은 10년 전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던 수준 그대로라는 것이 기업들의 평가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기술 및 경영 트렌드를 국내 대학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좋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닌 구직자들은 많지만 정작 채용하고 보면 전공 분야에 대한 기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재교육에 드는 경영손실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대학입시 성적을 기준으로 중하위권은 물론 상위권 대학 출신도 ‘기대했던 수준 이하’라는 게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불만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졸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기업들의 기대치를 100점 만점으로 봤을 때 업무역량은 67.3점에 불과했다. 정보·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은 70.8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창의성 및 문제 해결 능력은 65.8점, 전문지식 및 기술의 실무 적용은 65.2점으로 낮았다.

◆기업이 직접 가르친다

기업들은 국내 대학의 학제 개편과 질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개별 대학과 연계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산학 연계 인력 육성 프로그램은 넥슨과 고려대가 함께 컴퓨터통신공학부 과목으로 만든 ‘넥슨 게임트랙’이다. 총 8학기 과정으로 넥슨이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내용을 제안했다. 고려대는 이를 교과과정에 포함시켰다.

게임트랙 과목 중 1개 이상을 수강한 학생은 넥슨에서 4주간 현장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다. 인턴십을 받은 이들은 면접을 통해 넥슨에 특별 채용된다.

수업을 받은 50명 중 5명이 넥슨에 입사했다. 한정현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는 “게임 개발 트렌드를 바로 수업에 반영하고 게임 개발자가 직접 강단에 서기 때문에 학생과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IT융합학과(휴대폰학과)는 매년 5 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한 해 40명 안팎의 석·박사 지원자를 뽑는 이 학과의 매력은 졸업생 모두 삼성전자 취업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모집 요건이 까다로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종료 예정이던 성균관대 IT융합학과의 운영 계약을 4년 연장했다. 2009년부터 삼성전자에 휴대폰 개발 연구원으로 합류한 졸업생들이 눈에 띄는 연구·개발(R&D) 성과를 내면서 회사 측이 먼저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강현우/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