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환 1년 유예
상환 방식은 기업이 선택…해운사 지원펀드 1년 연장

산업은행이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000여개 중소기업의 운영 및 시설자금 상환을 1년간 유예해주기로 한 것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받쳐주는’ 게 국책은행의 역할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는 만기 도래 자금에 대해 해당 중소기업이 일단 상환하도록 한 뒤 다시 대출해주거나 별도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만기를 연장해줬다.

하지만 내년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은은 이에 따라 한계기업이나 구조조정 대상을 제외한 중소기업이 요청하면 간략한 심사만을 거친 뒤 즉시 유예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정상적인 중소기업이라면 적어도 내년에 돌아오는 자금 상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기업활동을 영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단기적인 운영 및 시설자금 상환유예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위기 이후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신규 장기 시설투자자금을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대출상품도 선보이기로 했다.

산은이 내놓을 ‘기한연장조건부(Half Revolving) 대출’ 상품을 활용하면, 기계설비에 투자하기 위해 내년에 100억원을 8년 만기로 대출받을 경우 상환기간 내에 50% 정도만 갚으면 된다. 잔금은 8년 뒤 만기일에 한꺼번에 상환할지, 아니면 기한을 연장하거나 운영자금으로 대환할지는 기업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대출 방식은 1억달러짜리 선박금융에서 20% 정도는 고철값으로 미리 제외하고 8000만달러 정도만 대출하는 방식을 중소기업의 장기 시설투자자금 여신에도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엔 기계설비와 공장부지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 설비투자금액의 전부를 상환기간에 갚도록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특별상환유예, 기한연장조건부대출 시행과 함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해 2조원 규모로 조성한 ‘선박펀드(KDB Shipping Program 펀드)’의 운용 시한도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키로 했다. 현재 남은 1조2000억원으로도 지원이 부족하면 추가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산은이 시행할 중기 지원책이 시중은행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의 선도적인 조치가 나온 만큼 시중은행들도 획기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009년 초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시중은행들이 10조원 정도 대출을 줄였고, 그 대상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며 “그나마 전체 중기대출 총액이 늘었던 것은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국책 금융회사들이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