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잦은 술자리…연말은 전립선 '공포의 계절'

입력 2011-12-14 17:22 수정 2011-12-15 06:29
전립선 비대증

손이 꽁꽁 전립선도 꽁꽁
장시간 추위 노출땐 근육 위축…요도 눌러 소변 보기 힘들어져

술·커피·맵고 짠 음식 금물
귀사한 뒤 더운 물로 목욕…고칼로리·고지방 음식 피해야

40대 이후엔 정기검사를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결과 좋아…비뇨기과 거부감 갖지 말아야


대기업 영업부장인 김영민 씨(50)는 얼마 전 연말 송년회 모임에 갔다가 난처한 일을 겪었다. 맥주를 몇 잔 가볍게 마시고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는데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은 것.

시간이 갈수록 아랫배가 단단해지고 고통이 커졌다. 결국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일찍 떴다. 집에서도 소변을 보지 못해 고통을 겪다가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담당 의사는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날씨가 추운 겨울철엔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술을 삼가하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변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에게 겨울은 공포의 계절이다. 살을 에이는 겨울 바람에 전립선 근육이 수축, 요도를 눌러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비뇨기과 문턱이 닳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실제로 요즘 비뇨기과에 가보면 외래환자의 대부분을 전립선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전립선학회가 2004~2008년 전립선 비대증 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12월에 평균치의 1.2배에 달하는 환자가 몰렸다.

◆“밤에 소변 보려고 잠 깨는 게 너무 싫다”

전립선(前立腺)은 남자에게만 있는 기관이다. 그래서 중장년층은 전립선 질환을 남성의 ‘숙명(宿命)’으로 여긴다. 젊은 시절(전립선염)부터 중·장년층(전립선 비대증)을 거쳐 노년층(전립선암)에 이르기까지 평생 남성에게 신체적·정신적 부담과 괴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를 받은 국내 남성 환자 수는 76만여명에 달한다. 2006년 45만8955명에서 5년 만에 무려 30만8851명(67.3%)이 증가했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40대(8.4%)부터 발생하기 시작,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90.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100세 장수 시대’가 도래하면 사실상 모든 남성들이 인생 중반에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 현상의 하나이며 육류 위주의 고지방 식단 등이 악화 요인이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전립선 비대증에 따른 증상이 악화되지만 실제로 검진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갑자기 오줌 누는 횟수가 증가하고(빈뇨), 잠자는 동안 한 번 이상 소변 보러 일어나며(야간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오줌이 곧 나올 것 같으면서(급박뇨), 실제로는 잘 나오지 않고 다 눌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증상 등이 한참 나타나고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울철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과음 후 잠이 들거나 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면 갑자기 소변이 막히는 급성요폐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연말 모임이 많아도 음주 시에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소변을 규칙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몸 따뜻하게 유지하면 증상 완화

전립선 비대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이며, 그 밖에 열치료, 온욕·좌욕, 마사지 등도 효과가 있다. 수술은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겨울철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교감신경을 억제하면 증상이 다소 개선된다.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비료기과 교수는 “자신의 몸이 실내외에서 갑자기 온도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외출할 때는 옷을 두껍게 입고,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마셔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내복 바지를 껴입어 전립선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밖에서 귀가한 뒤에는 더운 물로 목욕하면 확실하게 증상 완화 효과가 있다.

이상은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온좌욕을 하거나 하루 20분씩 반신욕만 해도 배뇨 장애가 개선된다”고 말했다.
전립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피하고 술과 커피, 맵고 짠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조급한 성격, 항균제의 남용, 과음과 과로, 성적 배우자에 의한 빈번한 요도 감염, 인스턴트 식품과 가공식품의 범람으로 인한 영양불균형과 알레르기, 무분별한 민간요법 등도 전립선염 치료의 적(敵)들이다.

전립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히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을 버려야 하는데 소변을 지나치게 참으면 방광이나 요도에 염증이 생기면서 전립선이 압박돼 혈류량이 떨어지게 된다. 또 오랜 시간 운전을 하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피해야 하며, 음주를 줄이고 고칼로리·고지방 음식의 섭취를 줄이면서 탄수화물이나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과일·생선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콩(된장·두부), 토마토, 시금치, 호박, 녹차, 마늘 등이 전립선 비대증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비뇨기과 방문=성병 검사’라고 여기는 고정관념도 바꿔야 한다. 전립선 질환은 초기에 발견하면 어느 질환보다 우수한 치료 결과를 볼 수 있다. 전문의들은 40대 중반 이후 정기적으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으면 전립선이 말썽부리지 않도록 다루면서 원활한 배뇨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청수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상은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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