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사진찍기서 시간표 수집까지…최근엔 자전거 등으로 확대
오타쿠는 종류가 많다. 집착하는 대상에 따라 분류가 다양하다. 그 중 원조는 ‘철도 오타쿠’다. 20세기 초 일본 전역에 철도망이 깔리면서 생겨났다. 100년도 더 된 오타쿠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철도 오타쿠를 부를 때 일반적으로 ‘철도(鐵道)’의 앞글자 발음인 ‘데쓰’와 친근감을 나타내는 접미어인 ‘짱’을 붙여 ‘데쓰짱’이라 한다. 어릴 때부터 철도를 좋아해서 어른이 된 뒤에도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철도와 관련된 일에 할애하는 이들이다. 초기에는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으나 요즘에는 여자도 늘었다. 여성형 접미사인 ‘코’를 붙여서 ‘데쓰코’라 부른다.

철도 오타쿠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흥미가 있는 분야에 따라 철도 오타쿠 내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우선 ‘사진 오타쿠’. 철도 차량을 하나 하나 찍어서 남기는 부류다. 철도 오타쿠 중 가장 오래됐다. 철도역이나 교량 등 철도 관련 구조물도 촬영 대상이다. 엔진 등 기차의 특정 부위만 찍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한쪽에는 ‘여행 오타쿠’도 있다. 일본 내 모든 철도 노선을 정복하는 게 목표다. 장판만한 전국 노선도를 펴놓고 탑승한 구간을 일일이 색칠하며 행복을 느낀다. 인터넷에는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탑승구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지도에 표시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기관차 모형을 모으는 오타쿠도 적지 않다. 일부는 철도 시간표만 수집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전국의 철도 시간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가면서 ‘상상 여행’을 떠난다. 이 밖에 철도 승무원 복장만 연구하는 ‘제복 오타쿠’, 기관차의 경적 소리와 안내방송을 녹음해 따로 모으는 부류도 있다. 어지간한 노력과 지식으로는 철도 오타쿠로 대접받지 못한다. 미숙한 철도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는 곧바로 ‘철분(鐵分)이 부족하다’는 딱지가 붙고 ‘왕따’가 된다.

철도 오타쿠는 자전거 비행기 자동차 등 다른 ‘탈 거리’로 진화했다. 이 중에는 마일리지만 연구하는 오타쿠도 상당수다. 기업들은 이런 오타쿠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한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오타쿠용으로 판매되는 자전거만 일본 전역에 5만대에 이르고 항공사들은 오타쿠의 선호에 맞는 좌석을 묶어 여행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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