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즉위 60주년 한정판 도자기
OEM 아닌 자체 브랜드 첫 수주

"정말 우리가 해낸 거예요. "

한국도자기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이범석 차장은 최근 영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5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도자기 생산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소식을 현지법인이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체 브랜드 '프라우나'(사진)로서다. 앞서 찰스 왕세자 회갑, 윌리엄 왕자 결혼 등에 현지 도자기 업체 웨지우드, 로얄덜튼, 앤슬리 등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한 적은 있지만 한국도자기 브랜드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장은 "2003년 프라우나 브랜드를 론칭한 후 8년 만에 도자기 본고장 영국에 한국도자기를 제대로 알릴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다른 대형 이벤트에도 계속 '프라우나'로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기뻐했다.

다음달부터 영국 및 영연방 국가에서 판매될 한정판 도자기는 접시와 머그, 보석함으로 구성된 총 2000세트로 약 34억원 규모다. 한 세트 가격이 무려 940파운드(171만원)다. 일반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싸다. 1000세트는 코발트 블루, 나머지는 그레이 색상으로 제작되며 제품마다 영국 왕실 휘장과 왕관이 24K 도금 처리되고 크리스털도 수백개씩 장식된다.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색상별 제품마다 1부터 1000까지 숫자도 새겨진다.
68년 역사의 한국도자기가 3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영국 명품 도자기 업체들을 제치고 영국 왕실에 납품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각종 원 · 부재료에서부터 완성품에 이르는 전 공정을 외주 없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일괄생산시스템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2003년 프리미엄 도자기 브랜드 '프라우나'를 론칭한 후 해마다 유럽과 중동 등 유명 전시회를 누비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힘써왔다. 작년엔 영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최고급 백화점으로 통하는 영국 해러즈백화점에도 입성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도자기를 찾는 부호들의 손길도 늘어가고 있다. 인도 '철강왕' 락시미 미탈 부인과 인도 재벌 암바니그룹 회장 부인이 프라우나 단골 손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에 VIP 전용 식기를 공급키로 했다.

이 회사 김무성 전무는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1위가 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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