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원저 부작용 극복할 해법
사실상 보증…日달러 잠재수요 ↑
韓, 외환확보·자금이탈 예방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경제학 >

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 심화에 따른 여파로 한국은 원화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반대로 일본의 엔화가치는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일본의 엔고현상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가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경제의 기초는 상대적으로 튼튼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 하락, 즉 원저(低)는 세계적 경제 불안정기에 건전통화 확보적 차원에서 한국에 투자된 단기자본이 빠져나가고, 또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을 예상한 현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빠른 원저와 엔고는 한 · 일 경제에 다 같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원저는 한국의 물가상승을 초래해 적지 않은 저소득계층의 생계를 위협하고, 급기야 생산요소 가격을 앙등시킴으로써 수출경쟁력마저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일본의 급속한 엔고는 수출기업에 타격을 주어 산업공동화를 초래하고 기업이익을 떨어뜨림으로써 주가하락,나아가 경기침체로 연결될 것이다.

그러면 한 · 일의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경제현상에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 수 있는가? 한 · 일 양국 모두 환율문제 해결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통화의 평가절하(일본) 내지는 평가절상(한국)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원인은 방치한 채 결과만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는 있어도 기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경우 외화만 낭비해 버리기 쉽다.
여기서 급속한 엔고와 원저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해 보자면,한 · 일 간 통화 스와프(Swap) 거래를 무한대로 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 협정에 따라 일본은 한국에서 외화부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의 보증적 역할을 하게 된다. 요컨대 일본 경제로서는 달러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커지며 그만큼 엔고의 진행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편 원저가 가속되는 것이 달러 부족사태가 예상되는 것에 기인한 것이기에, 필요한 경우 일본으로부터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보증은 그만큼 한국경제에 있어서 외화보유고 증가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원화가치의 급속한 하락을 저지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단기 차입금을 능가하는 외화보유고를 가지고 있고 기본적으로 경상수지구조도 흑자구조가 정착돼 있다. 한국경제의 전개 여하에 따라 외화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나,그 개연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일시적으로나마 기대 이하의 수출실적 시현을 빌미로 투기세력에 의해 일거에 단기차입금이 유출될 때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조차도 1997년에서 1998년에 걸친 경험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시적인 경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일본과의 무한대적 스와프 거래체결 효과는 사실상 투기성 단기자금의 급속한 이탈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경험했던 것처럼, 외화부족으로 한국경제가 혼란으로 빠지면 한국경제와 여러 가지 이해가 얽혀있는 일본경제로의 연쇄적 혼란 파급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경제가 기본적으로 건전성을 확립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인 경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므로 한 · 일 간 스와프 무제한 거래 체결이 일본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 · 일 간에 이런 류의 협력적 관계가 축적돼 갈 때, 한 · 일 양국 국민에 우호분위기를 확대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FTA를 위시한 한 · 일 간 관계의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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