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시작된 젊은이들의 시위가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학생 실업자 노조원들이 대부분인 시위대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3주째 거리 투쟁에 나서고 있다. 100개가 넘는 도시로 번져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미국인들이 느끼는 경제적인 분노와 공포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한다.

시위대들의 불만은 빈부 격차와 청년 실업에 따른 좌절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 7월 기준으로 18.1%를 넘겼다. 특히 고학력 실업이 극심하다. 이런 불만이 부패하고 타락한 금융 자본에 대한 분노와 맞물리면서 장기 시위에 불이 붙게 된 것이다. 투기 성향의 금융 자본은 불로소득의 대명사다. 금융 관련 파생상품은 더욱 그렇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원초적 건강성이 사라지고 금융은 투기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기업 경영은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로만 평가되는 조로화가 진행되면서 지금 자본시장에 대한 거센 반발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는 스톡옵션의 노예일 뿐이고 생산 현장에서 종업원과 어깨를 같이하기보다는 금융투기꾼들과 함께 가는 존재로 변질되는 최근의 현상은 결코 건강한 자본주의라고 할 수 없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재벌을 개혁한다면서 투기자본들을 대거 국내 증시로 끌어들였다. 좌파 시민단체가 국제투기세력의 바람잡이 노릇을 한 결과가 지금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며 증권시장 불안의 원인이다. 금산법 등으로 대기업들의 금융 진출은 금지되면서 국내 금융자본은 외국 투기자본에 편입된 것이다. 지금 그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이익은 말 그대로 막대하다. 올해 국내 은행들은 예대 마진으로 20조원의 순익을 거두는 정도다.

한국의 공식 청년 실업률은 세계적으로도 낮다. 그러나 공시족 취업포기자 등 숨겨진 실업자가 많다. 자본주의 건강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서도 월가 시위가 터질 날이 멀지 않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