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그뤼에르

치즈·초콜릿 본고장서 하이킹…6만4000㎞ '그물망 코스'
워낭소리 들으며 숲길 걷기…염소치즈로 만든 퐁듀 '일품'

걷기 열풍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불었다. '긴 산책'을 뜻하는 랑도네는 프랑스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프랑스 전역에 18만㎞의 랑도네길이 조성돼 있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걷기 여행의 낙원'을 자처하며 6만4000㎞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를 그물망처럼 엮어놓았다.

또한 스위스철도와 중앙 및 지방정부,민간이 공동투자한 46개의 철도회사가 운영하는 총연장 5102㎞의 철도와 케이블카,산악열차,삭도 등은 스위스의 산과 강,호수,산간 마을 등으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스위스의 수많은 걷기 코스 중 치즈와 초콜릿으로 유명한 프리부르주(칸톤) 그뤼에르로 향한다.

◆산악경치 함께하는 골든패스 파노라믹

융프라우요흐를 보기 위해 들렀던 인터라켄에서 '골든패스 파노라믹' 열차를 탔다. 1981년부터 운행하고 있는 '골든패스 파노라믹'은 인터라켄~루체른~몽트뢰의 풍경 좋은 노선을 운행하는 열차다.

관광객을 위해 창문을 통유리로 크게 내 좌우 풍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데 VIP 객차는 천장도 투명유리로 만들어 무개차(無蓋車)를 탄 느낌을 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과 산간마을,초원,스위스 전통가옥인 샬레와 꽃으로 단장한 집들이 기차와 동행한다.

그런데 기차가 스위스연방의 26개 칸톤(주) 가운데 하나인 프리부르 지역으로 들어서자 익숙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소를 키우는 축사에서 풍기는 냄새다.

프리부르 지역에서 나온 안내인은 "스위스에서 자라는 소의 3분의 1이 프리부르 지역에 있다"며 "그래서 이 지역에서 치즈가 많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츠바이츰멘과 몽보봉에서 두 번 열차를 갈아타고 2시간50분 만에 그뤼에르역에 도착하니 날씨도 화창하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워낭소리는 치즈를 낳고

그뤼에르역에서 본격적인 치즈탐험에 나선다. 목적지는 해발 1100m의 몰레종 마을.그뤼에르역에서 4.7㎞쯤 떨어진 몰레종마을로 걸어가며 전통 치즈를 맛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치즈 데어리 패스(Cheese Dairy Path)'다.

시내를 채 5분도 걷지 않았는데 시골풍경이 등장한다. 드넓은 목초지와 소를 키우는 농가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자 잣나무,삼나무 등이 하늘을 찌를 듯 시원스레 뻗어있다.

그늘진 숲길을 40분 남짓 걸었을까. 숲이 끝나고 햇볕이 나오면서 어디선가 워낭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니 얼룩무늬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소떼들이 있는 풀밭 인근에 '레 몽제롱'이라는 산장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요리는 그뤼에르 지역의 치즈와 염소치즈 등을 녹여서 빵을 찍어 먹는 퐁듀다. 멀리 산 아래 그뤼에르 고성(古城)이 보이는 산간 레스토랑에서 먹는 퐁듀 맛이 일품이다.

퐁듀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 있다. 13세기 교회법은 사순절 기간 동안 치즈를 먹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바슈랭 치즈의 발명자는 치즈를 녹여 접시에 담아냈다.

신학자와 교회법 전문가들은 이 음식을 "엄격한 의미에서 치즈는 아니다"라고 해석했고,프리부르 사람들은 퐁듀를 즐겨 먹게 됐다는 얘기다.

◆중세 고성의 하룻밤과 초콜릿하이킹

산 아래 그뤼에르성으로 향한다. 프리부르 산악지대 아래에 있는 그뤼에르성의 장엄한 성벽과 탑은 중세 시대인 1270년에 처음 세워진 이 건축물의 역사를 대변한다. 1938년부터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성 내부에는 바로크양식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성밖에선 옛 건물에 들어선 호텔과 카페,상점 등이 옛 성을 박제화된 유물이 아니라 지속되는 삶의 현장으로 만든다. 호텔은 좁고 낡았지만 그 역사성과 분위기가 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다음날 아침,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샤메에서 초콜릿 하이킹을 시작한다. 샤메에서 호수와 산,계곡을 지나 초콜릿박물관이 있는 브로크(Broc)까지 약 11㎞를 걷는 코스다. 대표적인 치즈 브랜드인 카이에 치즈공장에선 치즈의 역사에 대한 공부와 시식도 즐길 수 있다. 그뤼에르 호수에서 즐기는 카누 체험도 재미있다.




◆ 여행 팁




스위스의 공용어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다. 프리부르는 독일어보다는 프랑스어가 널리 쓰이는 지역이다. 전기는 220V를 쓰지만 콘센트 모양이 3점식인 경우가 많으므로 멀티어댑터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음료수를 비롯한 소소한 일용품은 'COOP' 매장에서 사는 것이 유리하다. 교통편은 '스위스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기차,버스,유람선까지 패키지로 이용할 수 있다. 2016년에는 인터라켄~몽트뢰 간 골든 패스 파노라믹 직통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스위스 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참조.



그뤼에르(스위스)=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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