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식품 안전 통제력 상실..불신 확산

일본에서 고농도 세슘에 오염된 후쿠시마(福島)산 쇠고기가 사실상 전국에서 유통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식품이 안전하다면서 수입 규제를 풀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지만 세슘에 오염된 쇠고기가 전국으로 풀려나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식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때마다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수준'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를 믿지않고 있다.

◇ 세슘 오염 쇠고기 전국 유통 = 이번 사태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권내에 있는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한 축산농가에서 육우용으로 출하한 11마리의 소에서 잠정기준치(1㎏당 500베크렐)를 넘는 세슘이 검출되면서 표면화했다.

이런 사실은 후쿠시마현이나 농림수산성이 아니라 도쿄도가 도축된 쇠고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도쿄도의 조사 결과 애초 문제가 된 11마리 외에 같은 축산농가에서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0일 사이 출하한 6마리의 육우가 도쿄의 시바우라(芝浦) 식육처리장에서 도축된뒤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쇠고기 가운데 아직 팔려나가지 않고 남아있는 고기에서 기준치의 최대 6.8배인 1㎏당 3천4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이 쇠고기의 상당량은 이미 도쿄와 가나가와(神奈川), 오사카(大阪), 시즈오카(靜岡), 에히메(愛媛) 등의 도매업자와 소매업자에게 팔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는 에히메(愛媛)의 도매업차를 통해 홋카이도(北海道), 지바(千葉), 아이치(愛知), 도쿠시마(德島), 고지(高知)의 업자에게 유통됐다.

일본 북단의 홋카이도에서 남부의 에히메까지 10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 유통된 것이다.

사실상의 전국 유통이다.

동일한 축산 농가의 쇠고기에서 고농도 세슘이 검출된 것은 사료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나미소마의 축산농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않자 논에 쌓여있던 볏짚을 사료로 활용했다.
사료로 쓰인 볏짚에서는 기준의 약 56배에 달하는 ㎏당 1만7천45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 정부, 식품 안전 통제력 상실 = 세슘에 오염된 후쿠시마산 쇠고기가 10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식품 안전 통제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방사성 물질 때문에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긴급시 피난 준비구역'에서 사육된 소가 어떻게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받지않고 유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현재 긴급시 피난 준비구역과 계획적 피난구역에서는 1만2천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이는 미나미소마시의 축산 농가 뿐 아니라 원전 인근의 다른 축산 농가에서 사육한 가축도 같은 경로로 전국에 유통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후쿠시마산 쇠고기가 다른 지역에서 유통되면서 산지표시가 제대로 됐는지도 불분명하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축산물과 수산물, 농산물 등에 대해 체계적인 방사성 물질 검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

오염 사실이 드러나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검사를 한 뒤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5월부터 이달 초에 걸쳐 일본의 대표적인 차 생산지인 시즈오카와 수도권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찻잎에서 잇따라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됐지만 녹차 생산농가 전반에 대한 조사로 연결되지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은 물론 인근의 미야기, 이바리키, 지바, 도치기현 등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수산물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않고 있다.

농어민의 반발을 우려한 정부와 지자체의 방치하에 지금도 세슘 등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농축산물과 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세슘에 오염된 쇠고기가 광범위하게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자 소비자단체는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일본소비자연맹은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후쿠시마현 뿐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에서 모든 소를 대상으로 내외부 피폭을 검사해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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