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68,800 -0.29%)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6월 출시됐다. 하루 평균 80만개,1년에 2억5000만개가 팔리며 가공우유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5개를 마시는 꼴이다. 무게로 환산하면 50만t이 넘는 것으로,12t 트럭 4만2000대에 달하는 분량이다. 35년 동안 팔린 양은 50억병에 이른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1970년대 초 정부가 낙농업 육성정책을 펴면서 우유 소비를 적극 장려했음에도 소비는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우유회사에 신제품 개발을 독려했다. 당시 우유업계는 초코맛,딸기맛 등 사람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맛의 우유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빙그레는 '바나나를 활용한 우유를 만들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그 시절 바나나는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고,어린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과일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빙그레는 풍부한 맛을 위해 우유 함량을 85%까지 더하고,용량을 200㎖가 아닌 240㎖로 늘렸다. 용기는 항아리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1970년대 당시 이농현상이 심해지면서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항아리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폴리스틸렌을 사용,노란색이 비치도록 반투명으로 용기를 만들었다. 잡고 마시기 힘들고 쌓아두기 불편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6년에는 지방 함량을 기존 가공우유보다 1.5% 낮추고 당지수가 낮은 결정과당을 사용해 칼로리 부담을 줄인 바나나맛라이트우유도 출시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세계인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활약하면서 현지 바나나맛 우유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엔 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과 뉴욕 코리안소사이어티가 함께 주최한 전시회 '행복을 팝니다,60~80년대 한국 소비재 디자인'에서 한국인의 일상을 대표하는 디자인물로 선정돼 뉴욕에서 전시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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