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 임용안 후폭풍

학력격차 불인정 주요大 불만…임용권 이원화도 '취지' 어긋나
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검사 임용안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법무부 안의 골자는 로스쿨 원장 추천을 받은 재학생을 검사로 '사전'에 선발하고,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사후'에 뽑는 '이원화 선발 체계'다. 별도의 검사 선발 시험은 실시하지 않으며,사전 선발돼 검사로 임용되는 로스쿨 재학생 수는 전국 25개교에 동일 비율(정원 대비 쿼터제)이 적용된다

◆원장 추천…"친분 작용하는 것 아니냐"

법무부 안에서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가장 예민한 부분은 사전선발이다. 법무부 안에 따르면 로스쿨 3학년 1학기 재학생이 원장 추천을 받으면 검찰 실무수습과 면접을 거쳐 검사로 임용된다. 물론 대학입시처럼 '수시'로 선발됐다 해도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면 임용이 취소된다는 전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청변'(청년변호사) 취업난 시대에 재학 중 검사 임용은 '괜찮은' 제안이다.

또 법무부는 사전선발 비율을 시행 첫해에는 로스쿨 출신 검사 대비 30~40%로 잡고 차츰 늘려 50%대를 맞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상태다.

이에 로스쿨 재학생들은 "1기 졸업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검사 임용안이 나온 건 다행이지만 원장 추천이 현대판 음서제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로스쿨 1기생 최모씨(31)는 "원장 추천 과정에서 교수와의 개인적 친분이나 다른 영향력이 작용할까 걱정"이라며 "지금도 집안 배경이 좋은 로스쿨생들이 대형 로펌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기 윤모씨(32)는 "유력 집안 자제가 부모를 통해 '로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로스쿨 관계자들은 '원장이 최종 임용인원의 몇 배수로 추천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소재 로스쿨 원장은 "사전 선발 기준이 극도로 객관적이어야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로스쿨 파행 방지 vs취지 어긋나

법무부는 로스쿨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쿼터제'를 적용,모든 로스쿨에서 동일 비율로 사전선발되는 검사 수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원래 로스쿨의 취지는 다양한 분야 전공자를 법조인으로 양성하는 것"이라며 "검사 임용 보장으로 로스쿨생들이 변호사시험을 위한 학업 외 전문 분야 탐색을 할 수 있어 로스쿨 파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로스쿨 학업을 열심히 하면 검사 임용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라며 "변호사시험 편중 교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승철 변호사(34)는 "변호사 경력자를 판 · 검사로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를 염두에 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로스쿨 출신들이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검사로 임용되는 게 취지에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연수원생들도 반발했다. 사법연수원 2년차인 김모씨(32)는 "변호사 양성이 목적인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과 공무원 교육을 받은 사법연수생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 연수원생 이모씨(33)는 "차라리 공평하게 필기시험으로 검사를 채용하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이고운/이현일 기자 ccat@hankyung.com





◆ 음서제(蔭敍制)



고려 ·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 의하지 않고 상류층 자손을 특별히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혈통을 중시하는 신분제 사회에서 상류층을 형성한 사람들이 지위를 자손대대로 계승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직을 세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지난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비리' 당시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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