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입시업체들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일선 고교 등에 배포해 온 '수시 배치표'에 각 대학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합격 가능 점수 위주로 각 대학과 학과를 한 줄로 세워 놓은 '줄세우기식 배치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국 201개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0일 "각 입시업체들이 최근 수시모집을 앞두고 일선 학교 및 학원가 등에 배포한 '학교 · 학과 배치표'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교협 관계자는 "다양한 전형 요소를 반영하는 수시모집에서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식으로 작성된 배치표가 수험생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조만간 교육과학기술부와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신 성적 등을 바탕으로 대학 · 학과 지원가능선을 제시하는 수시 배치표는 수시전형이 활성화된 2000년대 초반 대형 입시학원에서부터 배포하기 시작했고 현재 각 학원은 물론 일선 고교에서도 입시 참고 자료로 쓰이고 있다.

이번 배치표 실태 조사는 일선 대학들의 반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치표가 학생부와 수능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 · 학과를 미리 규정한 탓에 논술과 면접,특기실적 평가 등 선발기법을 수시에 도입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또 배치표가 '점수 줄세우기'식으로 작성돼 시험점수 외 다양한 측면을 살펴 학생을 뽑자는 수시모집이 무력화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도 모자라 수시에서도 대학 줄세우기식 배치표가 확대되면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 업체들은 그러나 배치표는 단순한 참고 자료일 뿐이라며 배치표가 없으면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배치표에 대학광고를 실을 수 있는 데다 학교 · 학과별 수준을 정하며 대학입시 전반에 큰 영향력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업체들이 배치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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