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캉스 1번지' 울릉도 내수전 옛길

울릉도 일주도로 구간은 44.2㎞다. 1963년 공사를 시작했는데 아직 다 뚫리지 않았다. 해안절벽이 깎아지른 듯한 내수전~섬목 4.4㎞ 구간은 차로 다닐 수 없다. 그렇다고 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차 없이 걸어서 넘는 길이 나 있다. 저동항 동쪽 내수전과 석포를 잇는 내수전 옛길이다. 험하디 험한 동쪽 해안의 원시림 속으로 이어진 내수전 옛길은 그 호젓한 분위기로도 유명하다. 바다풍광 위주의 울릉도 바캉스 여행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걷기여행 코스다.

◆둘이면 더 좋은 옛길

내수전 옛길은 내수전 일출 전망대 아래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석포마을까지 3.4㎞.한 시간 반 길이다. 축대 오른편 비탈에 하얀 섬바디 풀이 지천이다. 예전에는 돼지에게 먹여 '돼지풀'이라고 불렀던 울릉도 자생 약초다. 요즘은 '울릉약소'가 제일 좋아하는 영양식 풀로 알려져 있다. 한 굽이를 돌자 오른쪽으로 섬목 일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갑작스런 새들의 날갯짓 소리에 숲길의 깊은 정적이 깨진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흑비둘기 대여섯 마리가 어지러이 머리 위로 날아간다. 멀리 죽도가 보이는 곳에서부터 옛길다운 옛길이 이어진다. 산비탈을 타고 도는 길은 내내 완만한 내리막이어서 편안하다. 숲은 얼마나 울창한지 햇빛이 뚫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다. 길바닥 한쪽을 덮고 있는 이끼에는 원시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고비나 관중 같은 양치류에서도 원시림의 상서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숲의 기운을 즐기며 천천히 걷다 보니 정매화골 쉼터다. 토착민들이 정매화란 사람이 살던 집이 있었다고 해서 정매화골로 부르던 곳이다. 섬 내 길이 정비되지 않아 걸어서 왕래하던 시절,이 내수전 옛길은 군소재지 도동과 북면의 외진 마을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북면 사람들은 풍랑으로 뱃길이 끊길 때면 도동까지 걸어가 생필품을 가져와야 했다. 당연히 사고도 많았는데,이효영씨 부부가 1962년부터 19년 동안 살면서 폭설이나 폭우 속에 조난당한 300여명의 인명을 구했다고 한다.

정매화골 쉼터를 지나면서 숨이 가빠진다. 700~800m가량 오르막에 오르막이 이어진다. 어두컴컴한 동백숲 터널을 지날 때쯤이면 온몸이 흠뻑 젖는다. 천년을 산다는 주목과 비슷한 회솔나무가 있는 쉼터를 지나면 울릉읍과 북면 경계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석포까지는 1.4㎞.한참을 더 가야 하지만 오르내림이 없는 평탄한 길이어서 부담이 없다.

◆선녀가 놀다간 바다

내수전 옛길을 빠져나오면 석포 마을이다. 정들포 마을이라고도 한다. 울릉도 개척 당시 이곳에 들어와 살던 사람들이 누구 하나 이사를 가게 되면 몇날 며칠이고 울 정도로 서로 정을 붙이고 살았다고 해서 정들포라고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 포장이 된 지금도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올라올 엄두도 못낼 곳이니 이웃간에 정으로 뭉치지 않을 수도 없었겠다.

석포 전망대의 조망이 아주 좋다. 죽도와 관음도가 보인다. 관음도에는 14m 높이의 해식동굴 2개가 있다. 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해적들의 소굴이기도 했다. 해적들이 이 굴에 배를 숨기고 있다가 지나는 배를 약탈했다는 것이다. 관음도는 까치와 비슷한 깍새란 새가 많았던 곳이어서 깍새섬이라고도 한다. 석포 전망대에서 선창포구로 내려오는 길에서의 전망도 그만이다. 멀리 서쪽으로 삐죽 솟은 송곳산과 북면 해안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창포구에서 바다를 만난다. 관선터널 못미처 자연터널에서의 삼선암 전망이 기막히게 좋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삼선암이 보인다. 바위 주변의 에메랄드빛 물색이 특히 아름답다. 삼선암에는 물놀이를 하는 데 정신이 팔려 옥황상제가 내린 벌로 바위가 되었다는 세 선녀의 전설이 전한다. 에메랄드빛 물색으로 보니 과연 세 선녀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을 것 같다.

울릉도=글 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두레고속관광(02-457-5353,www.drtour.kr)은 '울릉도 바캉스 2박3일'여행을 안내한다. 서울(영등포,시청,신사,잠실,노원)과 수도권(주안,송내,안양,수원,구리)에서 출발하는 묵호행 전용버스를 탄다. 묵호항에서 대아고속해운(1544-5117)의 오션플라워호나 씨플라워호를 타고 울릉도로 들어간다. 2시간30분 걸린다.

첫날 도동~저동 내수전 전망대~봉래폭포(B코수)를 구경한다. 둘째날 오전 도동~남양사자바위~구암곰바위~태하황토굴~나리분지~삼선암~섬목~도동(A코스)을 둘러본다.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취향에 따라 독도(4만5000원),죽도(1만5000원),유람선(2만3000원)투어를 즐길 수 있다. 내수전 옛길이나 행남등대길,성인봉 트레킹도 가능하다. 셋째날은 도동 주변을 둘러보며 자유관광을 즐긴다. 오후 5시30분 배를 타고 나온다.

2인1실 기준 16일까지 26만~33만원,17~27일과 8월8~21일은 28만~40만5000원,28일~8월7일은 28만~41만5000원.

1박2일로도 울릉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2박3일 상품의 첫 이틀 일정과 같다고 보면 된다. A코스와 B코스 육로관광을 한다. 이틀째 오후 자유시간에 선택관광을 즐길 수 있다. 2인1실 기준 이달 말까지 22만~28만원.

자유시간에는 울릉도의 맛을 즐겨보자. 암소한마리식당(054-791-4898)의 약소숯불구이가 괜찮다. 1인분 150g에 1만8000원. 기본 3인분을 시켜야 한다. 우성회센타(054-791-3127)의 물회가 시원하다. 1만2000원.

보배식당(054-791-2683)은 홍합밥을 잘한다. 1만2000원. 구구식당(054-791-2287)은 약초해장국으로 소문이 나있다.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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