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가뭄' 조선업계…벌크선 등 '생존형수주' 경쟁

입력 2009-12-29 18:10 수정 2009-12-30 10:24
연초 수주계획 5분의1도 달성 못해
태양광·풍력 등 사업재편 가속화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선박 수주 실적은 참담했다. 내년엔 수주량이 다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업체별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한 '생존형 수주'도 늘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조선 강국

올해 대형 조선업체 대부분이 연초 세웠던 수주 계획의 5분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초 166억달러의 수주 계획을 세운 현대중공업은 경비함 등 특수선까지 합쳐 4억4000만달러(10척)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36억달러(109척) 규모를 수주한 것에 비하면 96%나 감소한 수치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37억달러어치의 계약을 따내며 그나마 선방했다.

작년 153억달러(54척)를 수주했던 삼성중공업은 올해 6억8000만달러 규모의 LNG-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 설비) 한 척을 확보한 게 전부다. 이 회사의 올해 초 연간 목표는 100억달러였다. 최근 연말 수주 행진을 벌인 대우조선해양 역시 작년 116억달러(58척)보다 67.6%나 줄어든 37억5000만달러(29척)어치의 일감을 채우는 데 만족해야 했다. STX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도 특수선이나 소형 상선에서 간신히 수주 명맥을 이었다.

1년 넘게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은 데다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대금 유입마저 늦춰지면서 자금 사정도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마다 분기당 최대 조 단위의 운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수주 가뭄으로 단기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이 더 걱정"

업계는 내년 선박 발주량도 기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분야는 발주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조선 ·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세계 선박 수주 전망치는 올해보다 79.3% 늘어난 1090만CGT(표준화물선 환산t수)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10년(1998~2008년) 평균치인 4180만CGT와 비교하면 4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1년에도 과거 10년 평균치의 절반 정도인 1860만CGT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과 중국,러시아 등이 자국 건조를 강화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선주사들이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던 선박 금융이 위축되고 각 선사들이 발주를 취소하거나 선박 인도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존형 수주 · 업계 재편 본격화
돈이 마른 국내 조선업체들은 내년부터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벌크선,소형 유조선,특수선 등에 대한 수주를 늘릴 전망이다. 후판 조달 등에 필요한 단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생존형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대형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수익성이나 조선소 작업 효율 등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며 "요즘엔 병원선,급수선 등 특수선과 아프리카 오지에서 주로 쓰이는 중 · 소형 선박 시장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선업계 재편 과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8위 조선사인 SLS조선마저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5~6개 중소 조선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내년부터는 대형 조선업체가 일부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진중공업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조정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장기불황 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상선 건조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태양광 및 풍력 등 신 · 재생 에너지 등 신규 사업을 키우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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