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표출되는 욕망과 이를 절제하는 중용을 표현하는 게 조각 작품입니다.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제21회 '선미술상' 수상 기념전(11~27일)을 갖는 조각가 박은선씨(44)는 "동양적 사고의 틀에서 이 같은 키워드를 형상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박씨는 1993년 이탈리아로 건너간 뒤 지금까지 유명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 인근의 피에트라 산타에 작업실을 마련,원기둥이나 원구 등 기하학 형태를 반복해 축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작가로는 처음 이탈리아 피렌체 최대 공공미술관인 '마리노마리니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어 유럽 화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외국에서 20년 가까이 살다보니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더군요. 내 자신이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지,출세나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지,욕망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해 자주 고민해 왔습니다. 우리 주변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욕망과 절제를 시적으로 환기시켜주는 것이 나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

레고 장난감처럼 비슷한 형태가 계속 증식하며 반복되는 그의 작품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중용의 도'를 동시에 표출한 것이다.

"대리석 조각을 쌓아 놓은 '커넥션 스페이스'(무한기둥 · 사진 )시리즈는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커지는 과정을 조형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하고요. "

두 가지 색의 대리석을 교차해 쌓는 것 역시 욕망과 중용을 형상화 한 것.충돌이 아닌 또 다른 메타언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다. 조형 언어의 이중적인 조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를 두고 "두 가지 색깔의 돌을 사용하는 것은 이중적인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각화하는 것으로 제 마음의 이중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두 색깔이 어우러지는 세상을 조각으로 표현한 박씨는 "서로 다른 색깔의 대리석 사이 깨어진 곳에서 마치 삶의 '숨통'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