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결정
'야간' 표현 너무 광범위…기본권 침해
"폭력시위 늘어 시민 안전 위협" 우려도

헌법재판소가 24일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야간'이라는 막연한 표현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야간집회를 무제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재 측은 "전체적으로 야간평화를 교란할 수 있는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옳지만 명확한 시간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사건은 법 개정시까지 영향이 불가피해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를 정하라'

작년 촛불집회로 수백명이 재판 중인 사건의 민감성을 반영하듯 재판관들의 의견은 위헌 · 헌법불합치 · 합헌으로 갈렸다. 그러나 위헌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족수인 6명에 1명이 모자라 헌재법상'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다.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법의 취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려는 헌재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위헌 결정을 내린 이강국 소장 등 재판관 5명의 의견 요지는 집시법 10조가 헌법 21조 2항 취지에 정면 위배된다는 것이다. 법률에 의한 국민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를 금지하는 헌법 37조 2항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일본 독일 영국 등 각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야간옥외집회규정은 별로 없는 데다 러시아 프랑스 등 규정이 있더라도 사문화돼 있다는 점을 또 다른 근거로 들었다.

이와 달리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 2명은 입법당국의 재량상 공공질서를 위해 집회의 시간 · 장소 · 방법적 제한을 둘 수 있다고 판단,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야간은 시민들의 평온이 특별히 요청되는 상황인데 집회참가자는 감성적이 되고 폭력적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그러나'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집회 금지'라는 광범위한 시간대를 설정한 것만은 과잉금지 원칙에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어떤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할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남은'촛불'재판 어떻게 되나

현재 집시법 10조 위반으로 진행 중인 재판은 법 개정 때까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이 조항을 어겨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913명이다. 이 중 야간집회 조항만 문제가 된 사람은 3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한 형법상 일반교통방해 또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 이들 재판에 대해서는 박재영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작년 재판 중이던 안진걸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자 많은 판사들은 헌재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재판을 미뤄놓은 상태였다. 또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가 지난 5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판사들은 집시법 10조와 일반교통방해죄가 동시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헌재 판단이 추가로 나올 때까지 사건을 갖고 있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이 개정된 후 기소된 사람들이 헌법불합치를 근거로 재심을 요청하면 재판이 다시 진행될 수도 있다. 만약 법 개정이 헌재 결정 취지와 달리 시간대를 제한하지 않은 야간옥외집회 전면 허용으로 된다면 대거 무죄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헌재 결정 내용은 법 조항 적용 중지가 아니라 잠정 적용이므로 원칙적으로 현행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찰이 집시법 10조 위반 등으로 수사 중인 피의자는 207명이다.

◆'기본권 신장'vs'시민안전 위협'

헌재의 결정에 진보 · 보수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로 엇갈렸다. 참여연대는 "사회변화에 맞는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며 검찰과 경찰은 위헌적 법률을 근거로 국민의 집회와 시위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 기본권 신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수 대변인은 "작년 촛불집회에서 보듯 심야 집회는 폭력을 수반하기 쉽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집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어 적절한 통제장치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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