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미라’ 세계최초로 전남 나주에서 발견돼



최근 전남 나주에서 아기를 낳다가 죽은 미라가 발견되면서 화제를 낳았다.



연구진은 이 미라의 전신을 CT로 촬영하고, X-ray 검사도 마친 뒤 출산 중 사망한 것으로 진단을 내렸다.

또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집트 미라와 부장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처럼 미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라를 연구하는 학문인 '고병리학'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라' 하면 붕대를 칭칭감은 이집트 파라오의 시신을 보존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미라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는 공포영화 등에서 미라가 원한을 가진 귀신이나 악당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 인식을 줄망정 영화와 매스컴 등에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 흥미를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수천년 전의 사람이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됐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미라를 통해 과거의 생활상이나 풍습 등을 알아내고 보존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미라는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라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미라는 무엇인가? 어떻게 만들어지지?

미라는 오랜 기간 보존된 사람이나 동물의 시신을 칭한다.



많은 의학, 역사학 전문가들이 미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특히 요즘엔 미라 연구에 대한 언론보도가 확산되면서 미라가 발견되면 발견자나 후손들이 연구자료로 기증해주는 경우가 많아 연구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왜 미라를 연구하는 것일까.



그것은 수백, 수천년 전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미라는 수백년이 지나도 골격계와 연부조직이 잘 보존돼 있기 때문에 부검을 하거나, 첨단 방사선 검사나 의료장비를 이용한다면 사망원인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라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라' 하면 이집트 미라를 떠올리지만 미라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남아메리카는 미라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연환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아타카마사막이 있기 때문에 인체가 잘 건조돼 미라가 잘 생길 수 있다.



또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안데스산맥에서는 잉카시대에 산에 제물로 바쳐진 미라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친초로미라'라는 박제와 인형의 중간 형태를 지닌 미라들도 많다.



이 밖에 북유럽이나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에서는 소위 '보그피풀'이라는 미라가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늪이나 습지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늪의 화학성분으로 인해 미라가 부패하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발견되는 미라들은 독특한 장묘문화 덕분에 만들어진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회곽묘'라 불리는 일종의 석관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는데 산소와 차단된 환경이 제공되다 보니 시신이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되는 것이다.

그 밖에는 매장할 때의 풍습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미라가 발견된 현장을 찾아가 보면 관 안에서 숯가루나 송진 및 왕골 등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긴 장례 기간 동안 발생하는 초기 부패를 억제하고 역겨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시신의 부패를 막아주는 다른 중요한 요소로 관으로 사용한 소나무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미라에서는 향긋한 송진 냄새가 배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소나무를 두껍게 켜서 내관과 외관으로 구성된 이중관의 형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 한국의 미라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미라의 수가 많지 않다.



조상의 시신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대부분 화장되거나 재매장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고병리학이 발전할 여지 역시 좁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미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계와 언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미라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세계 최초의 임신부 미라인 '파평윤씨 모자미라',대전 계룡산 인근에서 발견된 '학봉장군 미라' 등이 있다.



또한 '안동미라'와 '단웅'등의 미라가 학계에 보고되면서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이 밖에 후손이 없이 도로공사나 택지정리 중 우연히 발굴된 무명의 미라들로 '봉미라''흑미라' 등도 소개된 바 있다.

전남 나주의 파평윤씨 미라는 부검을 통해 분만 중 자궁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학봉장군 미라는 기관지내시경검사와 흉강경검사를 통해 폐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단웅 미라는 B형 바이러스성 간염을 앓았다는 것을 확인해 세계 의학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미라의 질병이나 사망원인을 확인한다는 것은 이처럼 수백년 전 조상의 의료기록을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이런 의료정보를 통해 선조들의 생활양식 등을 유추할 수 있어 역사학적인 의미 역시 깊다.

학봉장군 미라의 경우 많은 수의 간흡충(간디스토마)의 충란이 발견돼 조선시대 초기에는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라 중 하나인 5300년 전 청동기 시절 시신이 아직까지 보관된 것으로 유명한 '아이스맨 외치' 미라는 다양한 검사를 통해 알프스 산지에서 여러 명과 싸우다 화살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화살을 이용한 전투방식이 자주 사용됐다는 역사적 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라의 사망시기나 원인 등은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



한마디로 필요한 과학기술이 모두 동원되는 과학기술의 종합예술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나마 우리나라 미라들은 문중에서 관리해 오던 무덤을 이장하던 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족보나 비문 등을 통해 연대를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나주 미라도 완산(전주) 이씨로서 조선 중종 갑진년(1544)에 출생해 정해년(1587)에 4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망시기를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는 탄소연대 측정법 등이나 부장품의 형태를 보고 시기를 짐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라는 수백년 또는 수천년 전에 정보를 전해주는 타임캡슐과 같다.



따라서 미라 한 구 한 구가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방법으로 연구할 수 없다.



그 어떤 유물보다 살아 있는 역사적 증거를 던져주는 미라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새롭게 나타나는 다양한 의문점을 풀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바로 가장 중요한 도구다.



<도움말 : 김한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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