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42)은 오랜 무명생활 끝에 두 편의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타짜'(2006년)의 극악무도한 아귀 역과 '추격자'(2008년)의 연쇄 살인범을 쫓는 전직 형사 역은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그러나 신작 '거북이 달린다'(11일 개봉)의 배역은 판이하다.



탈주범을 추적하는 형사 이야기란 얼개는 전작을 연상시키지만,가정에서는 부인에게 매맞고,직장에서는 실수를 연발하는 시골 형사 역이다. 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추격자'와 하드웨어는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달라요. '추격자'가 500만명 관객들을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만든 뒤 '아리랑치기'를 했던 영화라면 '거북이 달린다'는 비스듬히 누워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죠.드라마와 코미디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

'추격자' 이후 그에게 몰려든 시나리오는 줄잡아 40~50편.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충남 예산 일대의 농촌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사람 냄새가 났기 때문이란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어본 후 즉각 작가와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농촌이란 배경은 대도시와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극중 형사들이 소싸움 대회에 참여할 정도로 한가한 곳이죠.경찰서 내 수배범 전단 위에는 소싸움 포스터가 뒤덮어버릴 정도고요. '탈주범이 온다고 우리가 어떻게 잡냐?'는 형사들의 말은 동사무소 직원과 다름없어요. 이런 시골 정서가 웃음과 유머를 주는 게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

잠복 근무 장면에서는 동네 농부들이 김 매고,라면을 먹으며 보초를 선다. 야간에도 흰옷을 입고 나올 정도로 상황 파악이 더디다. 가스총을 다루는 데도 서툴러 형사 자신이 당하기도 한다.

그는 '얼빵한' 시골 형사로 분하기 위해 살을 찌웠다고 한다. 걸음걸이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배를 내밀며 걷는 시골 아저씨 그대로다. 복장도 예산 시내 상설 할인매장에서 구입한 3~4년 전 기성복이다. 주름이 3개쯤 있는 볼품 없는 청바지와 칼라 없는 라운드티에다 헐렁한 경찰 제복까지.

그는 동의대 독문과 2년 때인 1986년 연극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연기를 시작해 1990년대 내내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2001년 '베사메무쵸'의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