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첨담엔진 18종 개발
BYD, 전기차 독자 출시
그린카 투자는 '천문학적'

"중국은 거대한 기술 블랙홀입니다".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이렇게 평했다. 중국 정부가 1980년대 초부터 추진해온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얻는다는 이른바 '시장과 기술의 교환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중국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는 2000cc 이하의 엔진은 도요타 등 해외 업체가 중국 내수용으로 만든 차량과 비교해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차가 올 4월 누적 기준으로 중국 내수 판매 순위 4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수준에 오른 중국 자동차 기술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43개 승용차 브랜드 가운데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7%에 달한다. 체리,지리기차,BYD 등 3대 토종 업체의 질주는 눈부시다. 2000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7%,36%,43%로 올 4월 누적 판매 순위에서 모두 10위권에 올랐다.

권성용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모방과 기술 도입을 통해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상하이글로벌지원센터 관계자는 "도요타 등 해외 업체의 고민은 당장 시장은 먹지만 기술은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베이징현대는 산둥성에 엔진 공장을 짓는 것을 조건으로 제2공장 설립을 허가받았다. GM대우차의 최신 모델인 라세티 프리미어 중국 내수용은 상하이GM에서 엔진 등 핵심 부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라세티까지는 한국에서 엔진을 만들어 CKD(반제품) 형태로 수출했다"고 말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리가 대표적이다. 작년 말까지 배기량 800~4000cc급에서 18개의 독자 엔진을 선보였다. 권 연구원은 "체리는 GDI(가솔린 직분사),DVVT(듀얼 가변 밸브 타이밍),STC(저소음 타이밍 체인),EMV(전자구동밸브) 등 첨단 엔진기술을 독자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와 제휴,독자 디자인을 적용한 'A3'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리자동차 역시 독자 엔진을 갖고 있으며,2006년엔 중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기어박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5년 7월 MG-로버의 엔진 생산부문을 인수하면서 독자 개발의 길로 들어섰다. MG-로버의 기술을 바탕으로 작년에 '로위'라는 독자 모델을 선보여 2만6000여 대를 팔았다.

◆전기차 · 하이브리드카 기술 격차 좁혀

그린카 분야는 중국과 글로벌 업체간 기술 격차가 더 좁혀졌다. 토종 브랜드 BYD는 작년 12월 첨단 DM(듀얼모드) 시스템을 적용한 전기자동차(F3DM)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DM시스템은 전기 배터리 충전용 엔진에 수소와 가솔린을 연료로 쓸 수 있는 방식이다. 권 연구원은 "GM,도요타가 1회 충전으로 25㎞ 주행하는 데 비해 BYD의 DM은 100㎞ 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와 현대 · 기아차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상하이자동차는 올해와 내년에만 60억위안(약 1조1028억원)을 하이브리드카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 · 기아차의 중장기 그린카 투자 비용이 총 2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셈이다.

홍창표 KOTRA 상하이 KBC 부관장은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독자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해 중국차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0대 산업 진흥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분야의 자주혁신 기술개발을 위해 향후 3년간 100억위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과거 전자산업에서 그랬듯이 처음엔 기술 도입을 위해 외국 기업에 시장을 내줬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모두 내쫓는 상황이 자동차 산업에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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