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전설적 고수들의 '불황극복 투자법'] (5) 피터 린치… 턴어라운드주 발굴의 대가
13년간 매년 평균 30% 수익 '월가의 영웅'

좋아하던 주식의 가격 떨어지면
저가매수 기회로 생각해야

피터 린치는 월가의 영웅이다. 그가 운용을 맡았던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 순자산은 1977년 1800만달러(약 250억원)에서 그가 은퇴한 1990년에는 140억달러(약 20조원)로 급증했다. 13년간 매년 평균 30%라는 놀라운 수익을 냈다. 이 기간 S&P500지수 연평균 상승률 15.8%의 두 배에 이른다.

게다가 그는 46세의 한창 나이에 가족과 함께 지내겠다며 과감히 은퇴를 선언해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신화로 꼽힌다.

린치가 활약했던 시기에 활황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79년의 2차 오일쇼크,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등을 포함해 13년간 아홉 번의 큰 하락장을 겪었다. 수 차례 주가조정기를 거치면서도 린치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실적이 탄탄한 기업의 주식을 싼값에 미리 사뒀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의 좋고 나쁨에는 신경 쓰지 않고 아직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지닌 종목을 찾는 데 집중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린치는 기업탐방을 신봉하고 철저한 바텀업(Bottom-up) 투자방식을 고수했다"며 "한 번도 스스로 가치투자자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몸으로 가치투자를 실천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린치는 실적이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진입하는 '턴어라운드'(실적전환) 주식 발굴의 대가다. 그는 평소에 "대박 종목은 여러분 주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에서도 투자자 입장에서 눈여겨 살펴보면 실적개선 종목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잘아는 종목에 투자하라"는 워런 버핏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린치는 시장의 종목을 △저성장주 △대형 우량주 △급성장주 △경기변동형 성장주 △자산주 △전환형 주식 등 6가지 부류로 나눴다. 그는 주가 움직임이 안정적인 대형 우량주와 자산주 등을 기본으로 깔고,급성장주와 경기변동형 성장주 등을 발굴해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며 초과수익을 노렸다.

대형 할인매장 바람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월마트,궤양치료제의 효과가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것을 계기로 10년 동안 주가가 10배나 오른 제약사 스미스클라인 등도 그가 일찌감치 사들여 고수익을 낸 종목들이다.

또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패스트푸드업체인 타코벨 등은 단기간 큰 영업이익을 내며 주가가 뛴 급성장주에 속한다. 크라이슬러와 구리 생산업체인 펠프스다지 등은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직전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린 경기변동형 성장주다.

린치는 "기업분석을 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포커를 하면서 카드를 전혀 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기업탐방을 중시했던 그는 사소한 정보도 흘려듣지 않고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시켰다.
린치는 개인들에게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993년에 펴낸 책 '이기는 투자'(비팅 더 스트리트)에서 그는 "주가 하락은 놀라운 일이 아니고 단지 일상적인 것"이라며 "좋아하던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저가매수의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치는 20세기 들어 미국 증시가 40번의 약세장을 경험한 것을 상기하며 신념을 갖고 길게 투자해야 살아남는다고 충고했다. 단 신중하게 고른 종목들을 6개월마다 점검하고 종목교체 여부를 검토하는 부지런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린치의 종목선정법

린치는 기업 분석 때 계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을 동시에 사용했다. 재무상태뿐 아니라 최고경영자 사무실이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은지,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도 모두 고려했다.

계량적 평가에서 중시한 지표는 △현금보유 상황 △배당 △현금흐름 △재고비율 △PER(주가수익비율) 등 다섯 가지다. 강성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린치는 주당 현금이 많은 기업과 잉여현금 흐름이 풍부해 성장동력을 보유한 기업,재고비율이 낮고 안정적으로 배당하는 기업,PER가 낮아 가격부담이 없는 종목을 가장 선호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기업들은 증시상황이 악화돼도 내재가치가 커 주가방어력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성도 중시했다. PER를 EPS(주당순이익)증가율로 나눈 값인 PEG(주가수익성장비율)를 적절히 활용했다. PEG가 낮을수록,즉 이익증가에 비해 주가상승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저평가 종목일수록 장기투자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란 설명이다.

린치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린치는 경쟁이 적고 기본사업이 단순한 기업을 선호했다"며 "회사이름이 평범하고 전통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업 중에서 본질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사례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은 린치가 중시한 지표를 적용하면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대한해운 율촌화학 텔코웨어 한라공조 강원랜드 현대DSF 한라건설 휴켐스 등이 투자대상에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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