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8일 발표될 것이라고 스웨덴 한림원이 6일 밝혔다.



현재 비평가들 사이에는 중국의 시인 베이 다오(北島),포르투갈의 조세 사라마고,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 등이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998년 10월 초.한국의 신문 방송 등 언론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가왔음을 알렸다.



그런데 예상되는 후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게 있었다.



포르투갈의 후보자 이름을 조세 사라마고,호세 사라마고,주제 사라마고,주제 사라마구 등으로 신문 방송마다 서로 다르게 전한 것이다.

# 그 뒤 10년이 지난 2008년 11월25일.



미국의 다음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열린 경제팀 인선 기자회견에서 차기 백악관 예산국장을 맡을 사람을 발표했다.



외신은 그의 이름을 'Peter Orszag'으로 전했다.



그러자 한국 언론에선 또다시 그의 이름 적기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피터 오스자그,오스재그,오자그,오어스재그,오스작,오르작,오작….



대충 이 정도가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 등에 거론된 그의 이름이다.

1998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그해 10월 9일 발표됐다.



그의 이름은 Jose Saramago.



하지만 이번엔 발표 전 보도 때와 달리 언론사들은 그의 이름을 일제히 '주제 사라마구'로 통일해 전달했다.



미리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표기 약속이 이뤄진 결과다.

Jose Saramago는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를 몰고 온,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개봉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자다.



그의 이름이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를 거치기 전 언론에서 극도로 혼란을 보인 것은 그가 포르투갈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노벨상 수상이라는 명성과 함께 '눈먼 자들의 도시' '미지의 섬' '수도원의 비망록'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낯선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언론사에 따라 호세 사라마고,조세 사라마고,조제 사라마고,주제 사라마구 등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영어식 표기에 익숙해 있던 한국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외래어 표기법은 그런 혼란을 거쳐 2006년 1월 포르투갈어 표기 규정을 갖게 됐다.



국립국어원에서 19번째 나라별 외래어 표기 기준으로 포르투갈어 표기세칙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에도 네덜란드어,러시아어 세칙이 더 발표돼 지금은 모두 21개 국어의 외래어 표기세칙을 갖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모음 o는 '오'로 적되,어말이나 '-os'의 o는 '우'로 적도록 돼 있다.



또 s는 어두나 모음 앞에서는 'ㅅ'으로 적고,모음 사이에서는 'ㅈ'으로 적는다고 규정했다.



그러니 포르투갈 이름 Jose Saramago는 '주제 사라마구'가 된다.



브라질 축구선수 Ronaldo를 영어식으로 읽으면 '로날도'지만 포르투갈어권인 브라질에선 '호나우두'가 되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정신인 현지 발음주의 때문이다.

백악관 예산국장에 내정된 'Peter Orszag'도 우리에게 발음이 낯설긴 '주제 사라마구' 이상이다.



피터 오스자그, 오자그, 오어스재그, 오스작, 오르작….



이번에는 헝가리어가 문제가 됐다.



1868년생으로 미국 보스턴 출생인 그는 헝가리 이민 후손으로 전해졌다.



나이 40의 비교적 젊은 나이인 그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 헝가리 출신의 후손이란 점에서 '오르작'이 많이 쓰이기도 했다.



물론 이 경우 규범대로 하자면 앞의 이름도 같이 헝가리어 표기법에 따라 불러야 하므로 '페테르 오르사그'쯤 될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헝가리어의 경우 자음 앞에 오는 'r'는 '르'로,sz는 'ㅅ'으로,어말의 g는 '그'로 적기로 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Peter Orszag'의 경우는 '주제 사라마구' 때와 달리 아직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에서 신속하게 통일된 표기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영어식도 아니고 헝가리어식도 아닌 어정쩡한 표기들이 뒤섞여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나마 지금은 '오스자그' 또는 '오스작'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이는 영어식 발음에 가깝다.



영어에서 '지그재그(zigzag)'를 적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발음이 확인되지 않는 한 '오작'으로 표기할 수도 있다.

사실 외래 인명을 적을 때 집안 내력까지 고려해 표기를 정한다는 것은 우리 외래어 표기법을 스스로 복잡하게 만드는 맹점이기도 하다.



외래어 표기는 일사불란한 통일성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외래어 표기법은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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