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다리 등을 몰래 촬영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광주에 사는 박모씨(34)는 대전행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건너편에 앉은 A씨의 사진을 촬영했다. 당시 미니스커트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자리에 앉아 있던 A씨는 박씨의 눈길을 의식,자리를 바꿨지만 박씨는 의자 사이의 공간을 이용해 A씨의 허벅다리 부분을 수차례에 걸쳐 촬영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2부는 박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러나 안산에 사는 임모씨(54)는 안산역행 전철 4호선을 타고 귀가하던 중 맞은편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앉아있던 B씨의 하반신 부위를 몰래 찍었는데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남의 다리를 몰래 촬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사진 촬영행위 자체는 죄가 안 된다.

고소인들은 대부분 "성적인 수치심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배현태 홍보심의관은 "피고인이 찍은 사진의 종류와 앵글에 따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는 교육공무원 이모씨가 여고생의 사진을 찍은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다리부위로부터 불과 30㎝ 정도의 거리에서 허벅다리 부분을 정면으로 촬영했고 △허벅다리 부분이 과도하게 부각돼 있으며 △사진의 선명도에 따라 허벅다리 안쪽 살 부분이 촬영될 수 있었고 △신체 중 허벅다리 부분은 여성의 경우 성적 상징으로 강조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를 들어 유죄선고를 내렸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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