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트디즈니, 넥슨인수나섰다

입력 2008-09-03 17:54 수정 2008-09-04 09:53
인수금액 2조~3조원대 … 액토즈.그라비티 이어 종주국 위상 '흔들'

미국 월트디즈니가 '바람의 나라'와 '메이플 스토리'로 유명한 국내 2위 온라인게임업체 넥슨 인수에 나섰다. 액토즈소프트,그라비티에 이어 국내 대표 온라인게임업체가 또 외국 기업에 넘어갈 처지에 놓여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 온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조∼3조원대 매각협상 중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3일 "월트디즈니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넥슨(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며 "현재로선 15년간 잘 키워온 넥슨을 팔 생각이 없지만 간접투자 형태나 다양한 방법으로 제안해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인 유정현씨와 함께 넥슨홀딩스 지분 68.2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넥슨홀딩스는 넥슨재팬을,넥슨재팬은 넥슨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30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엔씨소프트(매출 3300억원)에 이은 국내 2위 게임업체다. 김 대표는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든 주인공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트디즈니가 넥슨 인수대금으로 2조~3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와 넥슨의 윈-윈 전략

월트디즈니가 넥슨 인수에 나선 것은 '메이플 스토리''카트라이더''마비노기' 등 넥슨의 게임들이 유.소년층에 인기가 높아 넥슨의 게임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영화 등으로 넓혀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미국에서 이미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머그컵,티셔츠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트디즈니가 자회사 부에나 비스타 게임즈를 통해 닌텐도 위(Wii) 전용 게임개발회사 폴라인스튜디오를 설립하고 툰타운이라는 게임 사이트도 개설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방향을 돌려 넥슨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도 월트디즈니와 손잡을 경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의 인기 캐릭터를 게임에 활용할 경우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게임 개발이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와 월트디즈니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지분 투자나 사업 제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트디즈니 한국지사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게임 분야로 확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게임사업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토종 게임업체 밀려나나

게임업계에선 넥슨 매각이 성사되면 엔씨소프트 등 토종업체들이 이끌어 온 온라인 게임시장의 주도권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샨다에,그라비티는 일본 게임업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소프트뱅크 계열사)에 이미 넘어갔다.

월트디즈니가 넥슨을 인수하면 넥슨이 갖고 있는 NHN 지분 4.87%도 확보하게 돼 이해진 NHN 창업자(5.1%)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대주주 지분이 낮은 만큼 NHN의 경영권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게임을 처음 만든 넥슨까지 외국 기업에 매각되면 한국이 더 이상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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