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우리나라는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을 당연시하고 부계 혈통을 중시해 왔다.

요즘 부모의 성(姓)을 모두 쓰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대부분은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

전통적으로 부계 조상을 집안의 뿌리로 삼아 부자 간에 혈통을 계승하고 이를 통해 집안이 지속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조선 후기 이후 외손봉사(外孫奉祀)를 꺼리게 됨에 따라,아들이 없는 집안에서는 딸이 있어도 가까운 동성(同姓)의 남자를 양자로 삼았을 정도로 부계 혈통주의가 오늘날에도 확고히 확립되어 있다.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는 사회 활동에서의 남녀 차별,육아에 대한 부부 간의 불평등한 분담,더 나아가서는 능력보다 외모에 의한 여성 평가,남아 선호,장자 우대 등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낳고 있다.

조상과 후손의 연결 고리로서 조상 섬김의 대표적 행사인 제사도 부계 혈통과 남성 위주의 행사로 치러진다.

(사회문화 교과서,전통윤리 교과서)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자유와 평등을 근본 이념으로 하고 남녀 평등의 관념이 정착된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이념,그리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 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혼인을 제한하는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즉 남계(男系) 혈족에만 한정하여 적용하는 이 금혼 규정은 성별에 따라 차별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의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

(동성동본금혼 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결정요지)

동양의 남녀관에 따르면,남녀는 각기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한 쪽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평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보완해 주는 관계이다.

서양의 민주주의 사상도 인간의 존엄성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 질서를 친애와 화합의 가족 질서로,그리고 신분이나 성에 따라 차별화된 사회 질서를 평등과 조화의 사회 질서로 재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윤리 체계의 구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전통윤리 교과서,윤리와 사상 교과서)

1. 17세기 중엽에 간행된 어느 가문의 족보에 나오는 16조도(十六祖圖)를 기초로 가상의 인물인 '장본인'의 16조도를 다시 구성하였다.

장본인의 고조대(4대) 조상이 모두 16명이라는 것을 도표로 그린 것이다.

2. 맨 위 칸의 오른쪽 장고조와 남원 양씨는 부부이고 그 둘의 아들이 장증조이다.

장증조와 의령 남씨는 부부이고 그 둘의 아들이 장조부이다.

김승지와 밀양 박씨 부부의 후손 등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도표 2>에 대한 보충 설명

1. <도표 1>의 16조도 뒤에는 16조도 각각의 인물을 알 수 있도록 여러 성씨의 '세계(世系)'를 싣고 있다.

그 중 장씨 세계에는 1세(世) 시조부터 18세 장본인까지 기술되어 있다.

여기서는 장씨 세계 중에서 14세부터 18세까지의 세계를 조선 후기의 족보 형태로 재구성해 보았다.

일반 족보에서는 성(姓)을 적지 않지만 여기서는 편의를 위해 추가로 적어 넣었다.

위의 장씨 세계에 의하면 14세 장고조가 3남3녀,15세 장증조가 3남,16세 장조부가 3남,17세 장부가 4남,18세 장본인이 2남4녀를 두고 있는데 둘째 아들 이하의 후손은 모두 생략하였다.

장차남 아래의 '出系'는 아들이 없는 친척에게 양자로 들어감을 뜻한다.

2.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족보

1) 가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30년마다 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2) 한 면을 6칸으로 나누어 한 칸에 한 세대 또는 같은 항렬을 기재한 족보가 많다.

3) 위 칸과 아래 칸은 부자(父子) 관계를 나타낸다.

4) 남자 구성원의 이름을 큰 글씨로 적고 이름의 왼쪽 옆에 부기란(附記欄)을 만들어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록한다.

① 당사자 ; 과거 급제,관직경력,생몰년월일,나이,묘의 위치 등.

② 부인 ; 본관과 성,생몰년월일,나이,묘의 위치,부·조·증조·고조 등.

5) 아들 다음에 딸을 기록하는 족보의 경우 일반적으로 딸의 난에 출생순서를 一, 二, 三, 四 등으로 표시한다 (<도표 2>에서는 아라비아 숫자).



그 아래의 성명은 남편을 가리킨다.

⊙ 논제

1. 제시문 (가), <도표 1> <도표 2>를 참조하여 물음에 답하시오. (800자 이내)

① 구성원 수를 살펴보면 <도표 1>은 31명이고 <도표 2>는 14세(世)부터 18세까지 5명으로,26명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② 두 족보의 작성 목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에서 드러나는 두 족보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2. 제시문 (나)에 따르면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제시문 (나)에 나오는 논거 이외에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도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불합리한 것임을 두 도표를 활용하여 밝히시오.(400자 이내)

3. 논제 1과 2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다)를 읽고 바람직한 성(姓) 표시 방법에 대하여 서술하시오.(600자 이내)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논술(인문계) 해제>



⊙ 서울대학교 논술고사의 특징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교과통합형 논술'을 지향한다.

서울대 측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과서 내용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초중고 정규 과정을 성실히 수행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스스로의 힘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5년도에 예고한 대로 교과서 지문이 꾸준하게 출제되고 있는데,이를 통해 짧은 시간 동안 사교육을 통해 습득된 지식이 아닌 공교육을 통해서 꾸준히 형성되는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암기 위주의 학습과 단순 반복 학습을 지양해야 하며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일상적인 독서와 토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울대 논술은 각 2~3개의 논제로 구성된 3문항으로 출제된다.

그리고 각 논제의 분량은 적게는 400자에서 많게는 800자로 제시된다.

때문에 5시간 동안 총 4600여자의 글을 완성해야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다.

때문에 서울대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논제 분석 및 글쓰기 외에 집중력과 끈기,체력 등 답안 작성에 대한 시간 조율에 대한 것까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문항마다 여러 개의 논제를 묻기 때문에 각 논제에 충실한 글쓰기를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대체로 많은 학생들이 범하는 실수는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제와 연관성이 분명히 있는 내용이더라도 출제자가 정작 듣고자 하는 내용을 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대 논술의 또 다른 특징은 인문계열에서도 수리적,과학적 능력이 필요한 논제가 출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교과영역에서 벗어날 일은 없으며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수리적,과학적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것보다는 다양한 교과 영역들의 종합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 제시문 분석

[문항 1]은 사회적 사안에 대한 다각적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시문들은 주로 교과서에서 발췌하였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주어진 도표의 뜻하는 바를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논제의 요구에 답하기 어렵다.

특이한 점은 제시문을 바탕으로 논제를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제시문은 단지 사실만을 알려줄 뿐이므로 학생 스스로가 그 의미를 찾아내야 만이 제시문을 활용할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표의 보충설명을 통해 족보에 담겨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제시문 (가)는 교과서에서 발췌한 부분으로,부계 혈통을 중시해 온 우리나라가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위헌임을 밝히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행복추구권,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시문 (다)에서는 동양의 남녀관과 서양의 사상이 모두 평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 질서를 새로운 윤리 체계의 구현을 위해 변화시켜야 함을 밝히고 있다.

<도표 1>은 부계혈통과 모계혈통이 모두 표기되어 있다.

외할머니,외증조부,외증조모는 물론 그 윗대의 조상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도표 2>는 장본인을 중심으로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표기되어 있다.

모계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부계혈통 중심으로 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계혈통에 대해서는 연대와 묘 위치만을 표기했지만,부계혈통에 대해서는 관직까지도 표기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여성을 남성 집안에 흡수시켜 표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논술 방향

[논제 1]는 두 개의 소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문항은 <도표 1>과 <도표 2> 사이에 나타나는 구성원 수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이것은 첨부된 보충자료를 참고하여 시각적으로 표기된 족보의 구성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해낸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먼저 <도표 1>은 5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한 인물을 중심으로 볼 때 그 상층은 두 개의 칸으로 구분되어 각각 부친과 모친을 표기하고 있다.

따라서 위로 올라갈수록 구성원 수는 2배씩 증가하며,결국 <도표 1>은 5대에 걸친 가족의 구성원을 표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도표 2>는 장본인을 중심으로 5대에 걸친 선대를 부계를 중심으로 표기하고 있다.

모계에 관해서는 부계 정보의 일부로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도표 1>과 <도표 2> 사이에 나타나는 26명의 구성원 수 차이는 모계혈통과 부계혈통을 모두 표기하느냐 아니면 부계혈통만 표기하느냐에서 비롯된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도표 1>은 양성 평등적인 가족의 모습을 <도표2>는 남성 중심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면서 서술해야 한다.

한편,두 번째 문항에서는 두 족보의 작성 목적의 차이가 드러나는 특징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할 것을 요구한다.

<도표 1>은 모계혈통과 부계혈통을 동등하게 표기하고 있으며,성명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혈통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에 <도표 2>는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표기하고,모계혈통의 경우에는 배우자에 포함시켜 표기하며 친정아버지의 성명만 기재하고 있다.

또한 부계혈통은 과거급제와 관직을 표기하지만 모계혈통은 표기하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사회적 신분 역시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결정되며,여성이 남성 집안에 흡수되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제 2]에서는 도표를 활용하여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불합리한 것임을 밝혀야 한다.

이 때 제시문 (나)에서 밝히고 있는 논거는 참고할 뿐이며,[논제 1]에서 답한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에서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 그 까닭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부계 혈통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고 모계 혈통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런데 모계혈통은 가까우나 부계 혈통은 멀 수도 있다.

<도표 1>의 상황에서,장본인의 외증조모와 친증조모가 동성동본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반대 상황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때문에 부계만을 따져서 혈통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떠한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따라서 근친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논제 3]은 논제 1과 2의 내용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성(性) 방법에 대한 자기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이다.

통합논술에서는 결론이나 주장보다 사고의 과정을 중시하는데,이번 논제의 요구처럼 앞서 답한 논제들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할 때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때문에 길을 잘못 들면 아무리 잘 뛰어도 소용이 없는 것처럼 모든 문제를 망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제시문 (다)는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가족문화를 평등과 조화의 사회질서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그 근거로 동양의 평등한 남녀관과 서양의 인간의 존엄성,평등사상을 들고 있다.

이 입장에서 바라볼 때,우리나라의 성 표시법이 부계 혈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논제 2에서 답한 것처럼 부계 중심의 성 표시법은 혈통계승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최근에는 부모의 두 성을 모두 쓰는 '양성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후대로 갈수록 성의 길이가 길어지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 성 중에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아버지가 김씨이고 어머니가 이씨라면 자식이 두 성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는 부부가 합의해서 두 성 중의 한 성을 가족의 성으로 결정하는 방법이나 성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처럼 부계 혈통을 중심으로 성씨를 결정하던 과거의 획일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시 방법이 가능하다는 열린 사고가 일반화될 때 새로운 윤리 체계가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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