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그 자회사들은 올해 말까지 산은 지주회사로 전환돼 내년부터 매각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산은 지주회사 지분 49%를 2010년까지 매각하고 그 이후에는 지배 지분까지 매각해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123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상당수 대기업과 대출거래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기업 정보가 풍부하다.

기존 은행이 산은 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국내 은행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금융위도 기존 은행이 산은 지주회사를 인수하는 게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매각 절차는


금융위는 우선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산은캐피탈,산은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는 산은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 금융 자회사 지분은 전부 산은 지주회사로 넘겨진다.

금융위는 산은 지주회사 상장에 앞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에 5~10%가량의 지분을 사전 매각할 계획이다.

산은 민영화 의지를 확실히 알리고 매각가치 상승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공상은행과 같은 중국 거대 은행들이 이러한 상장 방식을 택했다.

기업공개(IPO) 후에는 산은 지주회사 지분 49%를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한다.

금융위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지분 49%를 2012년까지 매각한다고 했으나 이후 시기를 더 앞당기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인 2012년 이내에 지배 지분까지 매각을 완료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눈독 들이나



산은은 주로 정책자금을 집행하다 보니 시중은행에 비해 수신 기반이 취약하다.

자금조달은 주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통해서 했다.

산은이 민영화되면 산금채를 발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금융과 IB 부문은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한 편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금융위는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산은의 기업금융 부문(CB)과 투자은행(IB) 기능을 연결한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CIB)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도이치뱅크도 1995년 본격적인 CIB 체제를 도입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5년 만에 세계 상위권 투자은행으로 발전했다.

일단 국내 은행들 중에서는 수신 기반은 탄탄한 데 국제적인 네트워크나 투자은행 부문이 약한 은행들이 M&A 후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금융사 중에서는 산은 지주회사로 국내에 진출해 로컬 금융사로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 곳이라면 산은 지주회사가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국내 대기업들과 거래관계를 통해 정보 획득이나 신뢰 구축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민영화에 앞서 우선 한국전력 토지공사 관광공사 등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15조2000억원(장부가 기준) 규모의 공기업 지분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뚜렷한 대책없이 산은이 민간에 넘어가면 정부 지분율이 50% 밑으로 떨어져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결 과제만 해결하면 산업은행 민영화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