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APAIE 컨퍼런스]

"'아시아 인재 풀' 구축해 서구의존 탈피해야"

입력 2008-03-30 18:24 수정 2008-04-01 11:26


아시아의 '영원한 맞수'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인재 전쟁에서 맞닥뜨렸다.

한국 대학들은 변화에 느린 일본 대학에 배울 것이 없다며 서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2004년 한국보다 먼저 국립대 법인화에 성공한 일본 대학은 조용하지만 빠른 개혁으로 한국을 한 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와세다대.대규모 외국 유학생 유치를 통해 '세계 속의 와세다'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아시아ㆍ태평양대학 협력 국제기구인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APAIE)' 제3회 컨퍼런스에서도 일본대학들의 변신이 집중 소개됐다.

대회 폐막을 앞두고 와세다대 캠퍼스에서 열린 대담에서 와세다 국제화의 주역인 시라이 가쓰히코 총장과 이두희 APAIE 회장,미디어 파트너인 한국경제신문 신상민 사장은 아시아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이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인재를 공동으로 육성해 활용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일본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한국 대학들은 일본 대학의 국제화 속도가 느리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2008 APAIE 컨퍼런스'를 참관하고 나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와세다 대학이 이런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일본 대학 따라잡기'를 주제로 '프리 컨퍼런스 워크숍'이 열릴 정도로 일본 대학의 인재 육성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시라이 가쓰히코 와세다대 총장=APAIE 출범지인 한국의 고려대와 비교하면 일본 대학의 국제화 속도가 느리게 보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지만 유럽과 미국 대학들이 와세다대의 국제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우리 대학이 일본 대학 중에선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무엇보다 유학생 유치에 힘썼습니다.

2004년 국제교양학부를 신설한 이래 30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와세다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학교가 이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연평균 수익도 30억원에 달합니다.

▶이두희 APAIE 회장=한국에서는 고려대를 선두로 많은 대학이 일본과는 다른 모델의 국제화를 실험했죠.고려대는 2003년부터 '글로벌KU'를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국제화를 추진했습니다.

2005년엔 일본 대학의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대학들이 더 적극적이고 파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공 없이 교양과목만 가르치는 미국식 교육 모델을 일본 대학들이 먼저 도입했습니다.

일본 6대 사립대 중 하나인 '리츠메니칸 아시아태평양대학(APU)'의 몬테카짐 총장은 스리랑카 출신입니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도 어렵지요.

▶신 사장=한국과 일본의 대학들이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좀 더 넓은 틀에서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두 나라 간 협력이 절실합니다.

단적인 예로 통화만 봐도 협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유로화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블록화를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유럽 국가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시라이 총장=맞습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아시아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는 결국 인재가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아시아 인재들 간 상호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시아 시대는 더디게 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아시아 리더를 육성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이 회장=한ㆍ일 학생 교류를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려야 합니다.

또 두 나라 간 협력과 교류를 중국이 적극 참여하는 '범(汎)아시아권'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시아 지역 대학들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APAIE와 같은 국제적 행사를 통해 지역 대학 간 학생 교류가 증가하면 아시아인의 자부심이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넓은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개별 대학 간 1 대 1 학생교환 프로그램보다는 APAIE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 간 학생교환 프로그램 도입이 절실합니다.

▶신 사장=아시아 대학 간 인재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현하느냐입니다.

물론 한국 정부와 대학들도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한국보다 선진국인 일본 정부와 대학들의 역할이 보다 중요합니다.

그동안 일본은 아시아보다는 서구 국가와 가까워지려고 했습니다.

▶시라이 총장=일본에서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본 학생들의 유학 선호지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이니까요.

일본 대학들은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매력을 발견하고 이를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양국 간 학생교류는 더욱 활발하게 전개돼야 합니다.

▶아시아 인재 풀ㆍ을구축해 서구의존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이 회장=최근 중국 또한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모처럼 동아시아 3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협력관계를 급진전시켜야 합니다.

예전처럼 유학생을 보내 해당 국가의 선진문화를 배워온다는 소극적인 의미의 협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3국이 공동으로 '아시아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됩니다.

이런 시기에 APAIE의 탄생은 정말 시기적절한 셈이지요.

▶신 사장=각국이 고급 인재를 스카우트하려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재의 숫자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ㆍ중ㆍ일 3국을 포함해 아시아 대학들이 인재를 공동으로 키워 서로 교환한다면 소모적 쟁탈전 없이 상호보완적으로 인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라이 총장=대학들이 글로벌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대학의 재원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립대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지원금이 적습니다.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야 합니다.

▶이 회장=그나마 일본 대학은 재정의 12~13%를 지원받고 있지만 한국 사립대의 지원 폭은 3~4% 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고등교육을 하나의 산업으로 간주해 재정 지원은 물론 외국인 학생 유치에 필요한 각종 제도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라이 총장=최근 일본 후쿠다 총리는 2020년까지 30만명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외국인 학생 모집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정부 기관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파격적으로 장학금을 주면서 우수한 외국인 두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지요.

▶신 사장=한국은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인 학생 5만명 유치 목표를 달성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한국 대학들은 학생들을 외국에 내보내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반대로 외국인 학생들을 들여오는 데는 소극적입니다.

파격적인 장학금 정책과 한국 정착 지원 서비스 등 대학과 외국인 학생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인 토대가 갖춰져야 합니다.

도쿄=성선화/장성호 기자 doo@hankyung.com


[ 대담자 약력 ]

◆시라이 가쓰히코 총장

1973년 와세다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전공은 지능정보학과 음성과학이다.

1975년 모교인 와세다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2002년 오쿠시마 다카야스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 6년간 대학 운영의 효율화,국제화 등을 통해 와세다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작년 10월에는 개교 125주년을 맞아 ‘제2의 건학’을 선포하고 ‘국제 인재 육성 대학,사회 공헌 연
구 대학,아시아의 지식 공동 창출 대학’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두희 APAIE 회장

2004년 APAIE 창립,초대 회장으로 일해오다 지난 28일 2대 회장으로 연임됐다.이 회장은 초창기 300여명으
로 출발했던 APAIE를 800여명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로 키우는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2003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으로 ‘글로벌KU’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APAIE를 만들었다.고려대 국제화의 주역으로 외국 유수 대학의 총장들에게 잘 알려졌다.

저서로는 중국 인민대의 경영학 교재로도 널리 쓰이는 ‘통합적 마케팅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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