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APAIE 컨퍼런스 첫날]

日대학 '엘리티즘' 버리고 '매스스테이지'로

입력 2008-03-26 18:11 수정 2008-04-01 11:26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요 대학들 모임인 국제교육협회(APAIE·회장 이두희 고려대 국제교육원장)의 '제3회 2008 APAIE 컨퍼런스' 행사 첫날인 26일 '프리 컨퍼런스 워크숍'에서는 '일본 따라잡기(Keeping up on Japan)'라는 주제에 걸맞게 일본 대학들의 변신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 등이 집중 논의됐다.

일본 대학들은 몇 년 전부터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늦게까지 정부 조직의 일부로 남아 있던 일본 국립대는 2003년 7월 '국립대학법인법' 공포와 더불어 2004년 4월부터 일제히 법인으로 전환했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립대에 이어 일본 국립대마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이제 한국 국립대만이 세계적인 대학 지배구조와 관리 운영체제 개혁에서 벗어나 외로운 섬처럼 남은 상황이다.

참석자들은 일본 국립대의 변신이 세계화,지식정보화로 대표되는 사회 변동에 부응한 결과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대학 설치자인 국가(정부)가 이전처럼 사회의 교육·연구에 대한 요구를 포괄적으로 파악해 대학을 설립,육성하고 일률적인 재정 지원으로 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립대 법인화 이후 일본의 다른 대학들도 발빠른 변신에 나서 국제화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전을 보였다.


국립대인 히로시마대 부총장으로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니노미야 아키라 교수는 "일본 대학의 '엘리티즘(Elitism·엘리트 유학생만 선호하는 현상)'은 죽었다"며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일본의 대표적 교육학자인 그는 "과거 일본 대학들은 자만심에 빠져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을 구분하고 각국의 좋은 학생(엘리트)들만 받으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현재 일본 대학들은 이 같은 '엘리티즘'을 버리고 '매스 스테이지(Mass Stage·외국인 유학생 대량 양산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노미야 부총장은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일본 대학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고등교육 서비스도 일종의 상품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을 사회적 책무라고 보는 접근법은 새 시대에 맞지 않다"며 "고등교육을 하나의 '시장'으로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고등교육 상품의 폭도 넓혔다. 장기 유학생보다는 단기 유학생들이 자유롭게 머물다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다.

히로시마대의 경우 편입학 시기를 유연하게 바꿔 외국인 학생들이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했다.


몬테 카짐 리츠메이칸 아시아 태평양 대학 총장은 "학생의 50%,교직원의 50%,커리큘럼의 50%를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5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10여곳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신입생과 외국 대학의 좋은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그러나 일본 대학들의 변신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브루스 스토나치 요코하마시티대 총장은 "대부분 선진국에선 대학에서 혁신이 일어나 기업으로 전해지는 반면 일본은 이 과정이 거꾸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일본 대학이 아직까지도 산업화시대 산업계에 인재를 공급하던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한스 마크 난잔대 총장은 "대부분 일본 대학이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성적만으로는 창의적인 우수 인재를 선별하기 어렵다"며 "해외 선진국처럼 학생의 잠재능력을 평가해 뽑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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